△신사업 찾기 멈추고 본업 타이어사업에 매진
조현식은 그룹의 타이어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타이어업황 악화로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동생 조현범 사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을 맞았다.
이에 따라 조현식은 당분간 그룹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그룹의 새 성장동력 찾는 일을 뒤로 미뤘다. 신사업은 지주회사 주도 아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타이어 본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2020년 들어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성장전략실을 전략혁신실에 편입하는 등 신사업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식은 2020년 1월 열린 그룹 임원 회의에서 “그룹의 핵심사업인 타이어 제조부문 수익성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린다”며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신년사에서도 “타이어 및 자동차산업이 저성장하는 가운데 그룹의 혁신기조를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핵심사업인 타이어사업을 먼저 혁신해야 한다”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타이어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와 인수합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8964억 원, 영업이익 5429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19.9% 줄었다.
조현범 사장의 구속으로 자연스레 신사업 찾기가 중단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평소 조현식은 동생 조현범 사장과 달리 타이어사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조현범 사장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의 의견 차이를 반영하듯 회사 안에서도 그룹의 청사진을 ‘미쉐린(타이어전문기업)’으로 잡을 것이냐 ‘콘티넨탈(자동차부품기업)’로 잡을 것이냐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조현범 사장은 2019년 11월21일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을 받아 모두 5억 원 규모의 뒷돈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배임수재·업무상횡령 등)로 구속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형제경영체제’로 전환
조현식은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현 한국테크놀로지그룹)는 2019년 3월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현식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함과 동시에 동생 조현범을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부친 조양래 회장은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는데 그 자리를 조현범이 메우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체제가 ‘3세 형제경영체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양래 회장은 2018년 초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나란히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경영전반에 관여해 왔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 가운데 하나인데 조 회장은 여기서 경영일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때 주주총회에서 회사이름도 변경됐다.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성장동력 마련 위해 자동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조현식은 그룹의 미래와 실적을 책임질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주로 자동차 관련 사업들에 뛰어들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계열사로 한국카앤라이프(옛 에이치케이오토모티브)를 두고 있다. 한국카앤라이프는 2017년 2월14일 설립된 회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계열사로 2017년 9월1일 편입됐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카앤라이프는 자회사로 에이치케이모터즈(100%)와 작스모터스(100%), 한오토모빌레(100%) 등을 두고 있다.
에이치케이모터즈는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와 관련한 정비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작스모터스는 벤츠 등 프리미엄카 정비를 맡는다. 한오토모빌레는 딜러십사업을 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카앤라이프를 통해 자동차 구매 중개서비스로도 사업영역을 넓혔다.
한국카앤라이프는 2019년 10월 스타트업 웨이버스의 지분 82.23%를 사들였다. 웨이버스는 온라인 자동차 구매 중개서비스인 ‘카비’를 운영한다.
한국카앤라이프는 수입차 정비 채널에 웨이버스의 혁신적 기술 및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고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디지털시대 대비 위한 외부인재 영입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디지털 전환작업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2018년 12월5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보전략실장에 류세열 전무가 보임됐다.
류 전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자회사인 현대오토에버에서 ICT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오토에버 비상근 고문으로 물러난 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자문그룹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한국타이어그룹에 합류했다.
류 전무는 인포링크 대표이사와 SAP코리아 본부장 등을 역임한 ICT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류 전무는 다수의 혁신·PI(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 경험과 전사적 자원관리(ERP) 전문가로 4차 산업혁명과 그룹 전체의 디지털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기업 인수 추진
조현식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면서 핵심사업인 타이어 제조·판매사업의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인도네시아 2위 타이어기업인 멀티스트라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018년 11월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저렴한 인건비 등의 장점을 지닌 멀티스트라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서울경제는 보도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2011년 이후 약 7년 만이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세계 자동차업황 성장 둔화로 타이어 공급과잉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에 타이어 공급거점을 만들기 위해 멀티스트라다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당시 공시를 통해 “인도네시아 타이어기업인 멀티스트라다와 글로벌 타이어업계 현황, 상호 협력방안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지만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2019년 1월23일 다시 공시를 내 “인도네시아 타이어기업인 멀티스트라다를 인수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멀티스트라다 인수전에서 사실상 미쉐린에 밀렸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프랑스 타이어기업인 미쉐린은 2019년 1월24일 멀티스트라다의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괄부회장 승진으로 3세경영 본격화
조현식은 2017년 12월 한국타이어그룹 정기인사에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생인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하게 됐다.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이 조현식의 경영권 승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시각이 나왔다.
조현식은 2018년 1월에 한국타이어그룹을 대표해 신년사를 내놔 이런 분석에 힘이 실렸다.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조양래 회장을 대신해왔는데 이를 조현식이 직접 맡았기 때문이다.
조현식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각각 맡게 된 셈인데 2018년도 그룹인사를 통해 조현식이 타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타이어부문을 이끄는 방식으로 승계구도에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 ▲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6년 3월22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2016년도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한국타이어 유통 경쟁력 강화
조현식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차원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유통사업을 강화해 비타이어부문 매출을 늘린다는 큰 그림을 그려뒀다.
이를 위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7년 2월 호주의 타이어 유통회사인 ‘작스타이어즈’를 인수했다. 이어 2018년 7월에는 독일의 타이어 유통회사인 ‘라이펜-뮬러’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비타이어부문의 매출을 2016년 말 1조 원 수준에서 2020년 2조 원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공격적 인수합병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타이어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시도로도 읽힌다.
△한온시스템 인수
조현식은 2014년 한온시스템 인수를 주도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4년 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한온시스템을 3조9400억 원에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은 공기 조절장치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현대·기아자동차와 포드 등 완성차회사에 공급하는 회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로서 지분 19.49%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이 주도한 한온시스템 인수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온시스템은 시장에 안착했고 전기차부품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앤컴퍼니에게 한온시스템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완전한 자회사로 삼아 성장동력으로 만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3년 매출 7조 원을 넘겼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으로 매출이 7조 원을 밑돌았다. 타이어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했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외형을 키워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앤코오토홀딩스의 한온시스템 지분에 우선매수청구권과 동반매각참여권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한앤코오토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한앤컴퍼니의 자회사인데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한온시스템은 에어컨, 컴프레서 등 자동차 열관리체계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전동식 컴프레서 등 친환경차 공기조절장치 부품에서 세계 2위 안에 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식은 2018년 3월30일 한온시스템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애초 2015년 3월부터 한온시스템 사외이사를 맡았는데 동생의 뒤를 이어 경영참여를 확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신시장 개척
조현식은 2008년 11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지역본부장 겸 마케팅본부장 부사장을 맡던 때 신시장 개척 태스크포스(TF) 설립을 제안하고 직접 이 팀을 이끌었다.
해외영업 경험이 많은 차장, 과장급 7명과 함께 예멘, 이집트, 리비아, 수단, 케냐, 브라질 등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장에서 대도시, 소도시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다. 이 덕분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2009년 중동, 아프리카 등 매출은 전년보다 2배가량 불었다.
신시장 개척 태스크포스는 한 달에 절반 넘게 해외에 머무는 일이 많아 회사 내부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를 본따 ‘기러기팀’으로 불렸다고 한다.
조현식은 이때 ‘오너3세 경영인’으로서 존재감과 과감한 추진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식이 신시장 개척을 밀어붙인 데에는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조언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이 “1970년대엔 가방 하나만 든 채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새 시장을 열었는데 뭘 걱정하고 망설이느냐”고 말한 것을 듣고 신시장 개척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조현식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