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인적분할로 계열분리 발판 마련
KCC는 2020년 1월1일을 기일로 존속회사 KCC와 신설회사 KCC글라스로 인적분할된다.
존속회사 KCC는 실리콘과 도료를 중심으로 한 화학·신소재부문을, 신설회사 KCC는 유리, 상재, 홈씨씨인테리어부문을 각각 맡게 된다.
KCC 측은 인적분할과 관련해 “사업을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부문과 B2B(기업 사이 거래)부문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KCC 인적분할을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고 있다.
특히 KCC가 보유한 코리아오토글라스(KAC) 지분 19.9% 전부가 신설회사 KCC글라스로 넘어가게 된 것을 놓고 정몽진의 동생 정몽익 KCC 대표이사 사장이 독립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자동차용 안전유리를 생산하는 코리아오토글라스는 그동안 정몽익 사장이 KCC에서 계열분리해 독자경영을 할 회사로 꼽혀 왔다. 정몽익 사장은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CC 지분은 6월 말 기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이 18.4%, 차남 정몽익 사장이 8.8%,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5.3%를 각각 들고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회사분할 이후 정몽진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할 신설회사 KCC글라스 지분 37.5%를 차남 정몽익 사장이 지닌 존속회사 KCC 지분 8.8%와 맞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남 정몽익 사장은 신설회사 KCC글라스 지분을 40%가량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삼남 정몽열 사장도 현재 들고 있는 KCC 지분 5.3%를 이용해 KCC건설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을 실질적으로 독자경영하고 있지만 지분율(29.99%)에서는 정몽진이 최대주주로서 지배하는 KCC(36.03%)에 밀린다.
장남 정몽진이 KCC를, 차남 정몽익 사장이 KCC글라스(코리아오토글라스)를, 삼남 정몽열 사장이 KCC건설을 각각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전방산업 침체로 실적부진
KCC는 국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건자재와 도료부문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
KCC는 2019년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2조4700억 원, 영업이익 1258억 원, 순손실 1879억 원을 거뒀다.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42.4% 감소했다.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물산 등 보유지분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라는 어려움도 함께 안게 됐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9%(약 1700만 주)를 포함해 한국조선해양 지분 6.6%,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2.4% 등 계열사가 아닌 12개 상장사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이 지분들의 장부가치는 2019년 1분기 말 기준 2조6200억 원이었는데 2분기 말 2조3570억 원으로 10%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KCC는 1~3분기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순손실을 봤다.
△모멘티브 인수로 실리콘사업 승부수
정몽진은 세계적 실리콘업체 모멘티브 인수로 실리콘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모멘티브(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는 24개의 글로벌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100여개 국가에 4천여 개 판매처를 확보해 미국 다우코닝, 독일 와커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회사로 꼽힌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SJL파트너스, 반도체용 석영 제조회사 원익QnC와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모두 30억 달러(3조5천억 원가량)에 이르는 인수비용 가운데 SJL파트너스가 50%, KCC가 45%, 원익QnC가 5%를 부담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역대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거래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 달러) 다음이다.
KCC 실리콘부문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불과하고 영업망도 아시아 지역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모멘티브 실리콘사업부 실적이 2020년부터 연결실적에 반영되면 단숨에 세계시장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규모 확대를 넘어서 KCC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변하고 있다.
KCC는 2018년 기준 건자재부문에서 39%, 도료부문에서 37%, 실리콘 포함 기타부문에서 24%의 매출을 거뒀는데 모멘티브 실리콘사업부를 연결실적에 반영한 뒤에는 실리콘 비중이 47%로 늘어나고 건자재와 도료는 각각 23%, 22%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KCC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6조4600억 원, 4633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2018년 기준 실적보다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91% 증가하는 것이다.
실리콘사업은 정몽진의 아버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이전부터 KCC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사업이다.
정몽진은 2000년 KCC그룹 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유럽과 중국 등의 해외 회사들을 돌며 기술을 익혔다. 이러한 열정은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폴리실리콘의 원료가 되는 모노머를 개발하고 2008년 독자기술로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정몽진은 2008년부터 태양광발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태양광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태양광발전시장의 70%를 차지하던 유럽이 경제 위기로 태양광발전 보조금을 줄였고 중국산 저가 원료 공세가 겹쳤다. 이에 KCC는 2012년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사업을 접었다.
모멘티브 인수는 정몽진이 실리콘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멘티브 인수 마무리 과정에 딸 정재림 이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마련하는 데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정재림 이사는 2019년 4월 KCC 기획전략실 임원(이사대우)으로 입사했다. 향후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KCC 관계자는 “정재림 이사가 영어에 능통하고 해외 사정에 밝아 모멘티브 인수전에서 공로가 컸다”고 말했다.
△도시형 태양광발전사업 확대
정몽진은 전국 공장에서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형 태양광발전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CC는 2019년 11월 현재 대죽 공장 태양광발전 설비를 비롯해 김천 공장, 여주 공장 등 모두 14곳에서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발전소의 발전용량을 합하면 32MW에 이른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약 35.6GW로 일반가정 1만2925세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1만6635톤가량 줄일 수 있다.
KCC는 수년 동안 사업장과 공장에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자발전사업(IPP) 사업자로서 대외 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을 고려하는 고객에게 프로젝트 개발부터 금융조달, 설계, 유지보수 등 사업과 관련한 종합솔루션도 제공한다.
KCC는 2019년 1월 부산지방조달청 청사와 비축창고 옥상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준공하는 등 처음으로 외부 기관과 사업을 진행했다.
KCC 태양광발전사업은 2019년 상반기 처음으로 사업보고서에 잡히기 시작했다. KCC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500억 원을 냈는데 태양광발전사업 매출은 27억 원으로 아직은 0.2%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KCC는 태양광발전 설비 확장에 2019년에만 222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설비투자금액은 2019년 전체 설비투자 규모의 11%에 이른다.
△유리 장섬유 생산라인 2호기 완공
KCC가 연간 8만 톤을 생산하는 유리 장섬유 생산라인 2호기를 완공했다.
정몽진을 비롯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익 KCC 대표이사 사장, 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 사장 등은 2019년 8월13일 세종시 전의면 KCC 세종공장에서 열린 안전 기원제와 화입식 행사에 참여했다.
유리 장섬유는 납석, 석회석 등 무기 원료를 혼합해 섭씨 15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인 뒤 작은 구멍을 통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얇은 실 형태로 뽑아낸 제품이다.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와 결합해 물리적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2호기가 가동되면 기존 1호기(연간 생산량 4만 톤)는 가동을 중단한다. 생산량은 2배로 늘게 된다.
KCC 관계자는 “이번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유리 장섬유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유리 장섬유는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시장의 요구사항에 발 빠르게 대응해 관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CC 주식 장내매수
정몽진은 2018년 9월18일~20일 사흘에 걸쳐 KCC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사흘에 걸쳐 사들인 주식은 총 1만1800주로 모두 4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추산됐다.
딸 정재림 KCC 이사와 아들 정명선씨도 9월19일~21일 사흘 동안 KCC 주식을 각각 8853주씩 장내매수했다.
이번 자사주 매수를 통해 정몽진의 KCC 지분율은 18.11%에서 18.22%로 높아졌다. 수치상으로 보면 큰 의미를 지니는 매수는 아니다.
정몽진은 9월13일 미국 실리콘회사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뒤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장내에서 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진과 그 자녀들은 2018년 10월과 2019년 5월 몇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조금씩 높여갔다.
2019년 6월 말 현재 정몽진이 들고 있는 KCC 지분은 모두 194만2740주(18.40%)다. 정재림 KCC 이사가 3만657주(0.24%), 정명선씨가 6만5893주(0.62%)씩 각각 KCC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정정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정몽진 KCC 회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2019년 9월4일 울산대학교에서 열린 KCC생활관 준공식에서 축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연구시설 확충으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 나서
정몽진은 경기도 용인의 KCC중앙연구소에 최신 시설을 갖춘 종합연구동을 신설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나섰다.
2018년 7월25일 신축 종합연구동의 준공식에 참석해 안전 기원제를 지냈다.
신축한 종합연구동은 2016년 4월 착공해 2년3개월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KCC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미래기술 연구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비용을 2015년 704억 원, 2016년 751억 원, 2017년 759억 원, 2018년 810억 원으로 계속해서 늘려 왔다. 2014~2018년 5년 동안 특허·실용신안 출원건수는 연평균 27%씩 증가했다.
KCC는 종합연구동 신축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KCC자원개발 합병
정몽진은 2015년 11월30일 자회사 KCC자원개발을 합병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그룹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KCC가 KCC자원개발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합병비율은 1:0.0909479이다.
KCC는 합병 목적을 놓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KCC자원개발은 1990년 설립된 고려시리카가 전신이다. 유리의 원료인 규사와 백운석, 카스마이트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4년 매출 372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냈다.
합병 전 KCC가 KCC자원개발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고 정몽진 KCC 회장이 지분 38.6%를 소유하고 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익 KCC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모두 40%다.
KCC자원개발은 2014년 매출의 82%를 KCC를 통해 벌어들이는 등 매출의 대부분을 KCC에서 올렸다. 이 때문에 KCC자원개발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올랐다.
KCC그룹의 마지막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인 KCC자원개발이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빠지면서 KCC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부담을 내려놓게 됐다.
정몽진은 이번 합병으로 KCC 주식 3만5105주를 받아 KCC 지분을 기존 17.81%에서 18.08%로 늘려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KCC가 보유한 KCC자원개발 지분(60%)에 대해서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 새로 발행하는 신주의 대부분을 정몽진이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백기사’
2015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장으로 난관을 맞자 정몽진에게 삼성물산 주식 5.76%를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은 이 부회장의 요청대로 삼성물산 주식 899여만 주를 6700여억 원에 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은 무난히 이뤄졌다. KCC가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합작사업 실패
KCC는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2008년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모두 2400억 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KAM을 설립했다. 지분비율은 51(KCC)대 49(현대중공업)였다. 사촌인 정몽진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결합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태양광업황 악화로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KAM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나빠졌고 2012년 순손실 2천억 원을 낸 뒤 KAM은 40억6천만 원의 자본금만 남았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5월 KCC와 협의 없이 지분 49%를 무상소각하며 사업에서 발을 뺐다.
KCC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신청서를 냈다. KCC는 결국 2013년 7월 KAM을 흡수합병하며 사건을 수습했지만 2018년 10월 현재까지 KAM은 폴리실리콘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인테리어사업으로 KCC 사업 다각화
정몽진은 2000년 KCC 회장에 오른 뒤 실리콘과 건축자재 유통사업에 진출해 회사 대 회사 거래(B2B)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회사 대 개인 거래(B2C)로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
2007년 건자재·인테리어 종합유통점 ‘홈씨씨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인천과 목포에 대형 매장을 열며 B2C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홈씨씨인테리어를 홍보했고 전국 주요 지역에 전시판매장을 열어 일반고객들이 친근하게 KCC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정몽진은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 전문매장 등을 통해 직접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 홈씨씨인테리어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