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을 놓고 재판관 4명 헌법불합치, 3명 단순 위헌, 2명 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에 범죄가 아니게 됐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불합치와 단순 위헌 의견을 합쳐 모두 7명의 재판관이 낙태 처벌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스스로 행복을 위해 임신·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해당 조항이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다.
△취임식에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 강조
유남석은 2018년 9월21일 제7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유남석은 취임식에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라며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정의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해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자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모범적 헌법재판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이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우리 재판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 모든 것이 재판소가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낸 최고의 자산이자 빛나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유남석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해 우리가 지켜온 헌법 원리와 원칙이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의 법 의식, 가치 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18년10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말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
△제7대 헌법재판소장 지명과 청문회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29일 유남석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다.
유남석은 2018년 9월12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농단과 관련한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한 것을 두고 의원들의 집중적 질문을 받았다.
유남석은 “영장 발부는 담당 영장 법관이 요건을 심사해서 발부하는 것"이라며 "구체적 사실관계와 발부 필요성에 따라서 결정되는 부분이므로 영장 법관이 요건을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사법 농단 수사에서 영장 기각률이 높다는 지적을 놓고 "기각 통계를 볼 때는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사실관계를 직접 살펴보지 않은 제가 영장 법관의 판단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명확한 의견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법농단 의혹사건으로 실추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묻자 "사법부 신뢰를 위해서는 법관이 균형적이고 객관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편향적 생각이나 이해관계에 영향받지 않고 재판을 충실히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와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5년 넘게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법원이) 그렇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9월20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유남석의 청문보고서가 적격 의견으로 채택됐다. 임명동의안은 총투표수 229표 중 찬성 185표, 반대 40표, 무효 4표로 가결되었다.
△헌법재판관 지명과 청문회
2017년 10월17일 유남석은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
유남석은 2017년 11월8일 있었던 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유남석은 청문회에서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는 지를 두고 "지금으로서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며"(사형제 없이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사형제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을 놓고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된 바 있다"며 "문제점이 있어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 처벌을 두고는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양심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현실은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대안 중의 하나가 대체복무제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유남석은 "헌법재판관이 되면 투철한 헌법수호 의식을 바탕으로 입헌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소명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법관 시절 헌법재판소에서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을 들며 "국제그룹 해체와 관련해 공권력 행사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탄생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헌법 재판이야말로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공권력 남용을 억제하고 기본권을 보호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17년 11월9일 유남석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낙태죄와 통합진보당 해산,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견해
유남석은 청문회에 앞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과 낙태죄, 통합진보당 해산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의 주제를 두고 의견을 정리한 서면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유남석은 대법원자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놓고 "국회의 추천이나 대통령의 임명과 달리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장의 지명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위 도입 등의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남석은 2017년 당시 논란이 됐던 낙태죄 폐지를 두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 관한 최상위 기본권인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 보호받아야 하지만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서는 "정당의 존립과 활동을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남석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와 관련해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추가 조사로 법원의 갈등을 해소하고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요 판결
유남석은 국가와 공무원의 책임을 엄격하게 보면서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판결을 여럿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재일교포 도모씨가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여권 갱신이 거부돼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유남석은 "도씨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소속이었을 때는 물론 1998년 탈퇴한 뒤에도 여권이 발급됐고 탈퇴 뒤 2년 동안 5차례 입국한 적이 있다"며 여권 갱신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성남지원 부장판사 시절인 2000년 6월에는 집중호우로 둑이 붕괴돼 사망한 시민의 유족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
유남석은 판결문에서 “집중 호우에 따른 수재라도 시설물 관리상의 잘못이 있다면 관청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인 2014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그 가족에게 국가로 하여금 5억원을 배상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또 유남석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기록을 고소인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선고한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