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정재욱은 KDB생명의 매각을 성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KDB산업은행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0년 KDB생명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KDB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두 차례 매각 시도에서 모두 실패했다.
게다가 KDB생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KDB생명의 매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KDB생명은 연간 순이익이 2014년 655억 원에서 2015년 27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2016년에는 아예 적자 101억6천만 원으로 돌아서면서 같은 해 KDB산업은행의 세 번째 매각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이동걸 회장은 2017년 9월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KDB생명을 놓고 “매각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방침을 바꾼다.
이동걸 회장은 2018년 2월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책임질 인물로 정재욱을 선택했다.
정재욱이 KDB생명의 체질을 바꾸면서 KDB생명의 실적은 2018년 순이익으로 돌아선다.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되면서 매물가치가 충분해 졌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7월에는 백인균 KDB산업은행 경영관리본부장 부행장을 KDB생명 부사장에 임명한 뒤 KDB생명 매각이 성사되면 정재욱과 백인균 부사장에개 각각 최대 30억, 15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최근 생명보험업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과 KDB생명이 자산 기준 업계 13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매각 성공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KDB산업은행은 2019년 8월 KDB생명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을 공동선정하고 매각공고를 위한 매도자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 평가
| ▲ 정재욱 KDB생명 사장(앞 줄 가운데)이 2018년 11월14일 KDB든든봉사단원들과 서울역 쪽방 상담소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행사’를 진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정재욱은 보험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특히 방카슈랑스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 한국금융연구원 등에서 7년여 동안 연구위원 생활을 하며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4년부터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맡았다.
세종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2007년에는 ‘생명보험사 상장안’ 논란에 학자적 소신을 뚜렷하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생명보험사의 상장 문제는 당시 보험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에 걸친 최대 논란거리였다.
1989년부터 교보생명, 1990년부터 삼성생명 등이 상장을 추진했으나 계속된 논란에 지연되면서 생명보험사의 상장 문제는 ‘18년 숙원사업’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생명보험사의 상장차익 분배문제와 각 결론의 근거가 되는 생명보험사의 법적 성격이 핵심쟁점이었다. 생명보험사는 다른 주식회사들과 다르게 자산의 대부분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어난 논란이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한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회는 생명보험사를 주식회사로만 보는 상장방안을 추진했다. 생명보험사를 주식회사로만 보면 보험계약자는 회사의 채권자가 되고 일체의 상장차익을 분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보험계약자의 자산 기여도와 위험 부담 등 특수성을 고려하면 생명보험사는 상호회사 성격도 지니고 있어 보험계약자에 일정 수준의 차익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욱은 각종 토론회나 신문 기고 등을 통해 보험계약자 보호를 강조했다.
정재욱은 2006년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와 “국내 생보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녀온 속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순수한 주식회사로서 속성을 100%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배당전이익이 발생했을 떄에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계약자배당을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6월7일에는 경향신문에서 ‘생보사 상장 꼼수 버려라’라는 시론을 통해 “오늘날 자산규모가 약 100조 원에 이르는 생명보험사가 존재하기까지 그동안 적절하지 못했던 보험계약자 배당과 대주주의 자본확충 의무 회피 등으로 말없는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 액수나 된다”며 “이처럼 부당한 대접을 받아온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을 철저히 도외시한 채 상장방안이 마련된다면 이는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보험산업에 대한 금융감독의 원칙과 방향을 금감위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다”며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하나HSBC생명보험 등에서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13년 7월 윤석헌 숭실대 교수 등 143명과 함께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관치금융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정책업무는 금융감독원으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