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
현대차그룹은 2019년 7월9일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7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의 조직체계를 기존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설계, 전자, 차량성능, 파워트레인 등 5개 담당의 병렬 구조에서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 △PM담당 등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동차 품질과 신뢰성을 향상함은 물론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려고 한다”며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본부를 ‘기본 구조’ 위에 ‘기술’을 쌓고 ‘차별성’을 부여하는 ‘삼각편대’ 조직으로 개편해 고객 중심의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개편한 것은 2012년 3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혔다.
최근 2~3년 동안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첨단 기술들로 중무장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면서 현대차그룹이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그룹 대표로 활발한 대외활동
정의선은 정부와 접촉을 늘리는 등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9년 1월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부의 ‘2019년 신년회’에 참석했으며 이어 1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 대화’에도 직접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은 기업인과 대화 자리에서 “대기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현대차그룹이 4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내놓기도 했다.
1월17일에는 울산광역시청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정의선이 직접 마중나와 전시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2019년 7월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면서 주요 기업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수소차의 핵심 부품을 현대차가 상당수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요 투자국의 정치인 혹은 기업인들과도 자주 만난다.
정의선은 2019년 6월25일 열린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협력 강화’ 양해각서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정의선은 “수소사회의 수요와 공급 영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아람코와 협력해 수소인프라와 수소전기차 확대는 물론 미래 수소에너지 중심 사회도 함께 아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한국을 방문해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 초청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해 준 한국 기업 총수들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현대와 삼성, CJ, 두산, SK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자리 함께했다”며 정의선과 다른 총수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2019년 7월15일에는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을 만나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공동 개발한 기술 일부는 향후 양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책임경영 모습 보여
정의선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9년 6월3일 공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보면 정의선은 2019년에 1~5월에 개최된 4차례의 이사회에 모두 출석했다.
기아차도 2019년에 정기 이사회와 임시 이사회를 각각 2차례씩 열었는데 정의선은 1차 정기 이사회에만 불참하고 나머지 이사회에는 모두 참석했다.
현대모비스도 모두 4번의 이사회를 열었는데 정의선은 여기에 모두 참석해 100% 출석률을 보였다.
책임경영의 기조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2019년 3월 말 공개된 2018년도 사업보고서에서 각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너경영인으로서의 책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선의 이사회 참석률이 높아진 이유를 강화된 공시의무 규정 때문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공시대상에서 제외됐지만 2019년부터 공개된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에는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가 공시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사회 참석에 의의를 두지 않았던 오너경영인들이 이사회 참석률 공개에 부담을 느껴 자연스럽게 책임경영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으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조직문화 혁신 가속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조직을 혁신적이고 실용적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2월에 대학졸업자와 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3월에는 전 계열사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실시해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에 창의적이고 수평적 DNA를 이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4월에는 임원 직급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이사대우, 이사, 상무’ 등으로 세분화돼있던 상무 이하 임원의 직급을 상무로 통일했다. 보다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한 시도로 읽혔다.
2019년 하반기에는 직급체계 간소화와 관련한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초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급체계 간소화방안을 검토해왔다.
구체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원과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이뤄진 직급 체계를 2~4개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직할체제 구축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정의선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2019년 2월26일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의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 계열사의 책임경영 의지를 내보임과 동시에 직할체제를 구축해 ‘정의선 체제’를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공유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미래산업 전환기에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혁신과 변화를 독려하고 과감한 도전을 적극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이 평소 주주와 투자자, 시장과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주주권익 보호와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높이기라는 선순환구조 형성에도 더욱 속도가 날 것이라고 현대차는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도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서 미래 자동차 개발을 선도하며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여 그룹 역량을 활용해 미래 신규 사업을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2019년 3월22일 열린 각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의선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주주들에게 승인됐다.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정의선은 앞서 2019년 3월15일 열린 기아차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에 올랐다. 기아차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10년 가까이 기타비상무이사로서만 활동했는데 사내이사에 선임돼 보폭을 넓혔다.
| ▲ 2019년 7월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가운데)이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왼쪽)에게 넥쏘 절개차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광주형 일자리
지역사회와 기업이 협업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2019년 1월에 타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와 광주광역시가 주택과 교육, 의료 등을 지원해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설계된 지역형 일자리 창출사업이다.
광주광역시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10만 대 규모의 1천cc 미만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생산공장을 짓기로 가닥을 잡았고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8년 5월31일 광주광역시에 제출한 투자협상안에 이 독립된 생산법인에 5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9%를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광역시가 생산하려는 경형 SUV시장이 이미 국내에서 포화인데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주장하는 것만큼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거셌다.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사업 타결 때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협상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사업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일정 기간 실시하지 않기로 한 점도 논란이 됐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에서 자동차를 누적 35만 대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최소 5년 이상 임단협을 미루자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2018년 12월5일 우여곡절끝에 합의된 안에 최종 서명만을 앞두고 현대차가 다시 협상안을 물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이 직접 투자협상단 단장을 맡아 현대차와 노동계를 계속 설득했고 결국 2019년 1월30일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최종 타결됐다.
현대차는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사업에서 공장 건설과 가동, 생산, 기술지원, 판매, 신차 개발까지 광주공장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공장은 2019년 하반기에 착공되며 2021년부터 양산체제가 이뤄진다.
△세대교체 가속화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실시한 2019년도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에서 확실한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2월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기존 현대차 부회장 가운데 연구개발본부 소속인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대차 사장으로만 8년 가까이 일한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정몽구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대거 퇴진하거나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의선 시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존 부회장단보다 참모조직의 경험과 노하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의선의 경영보폭이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의선은 이미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수차례 수시 임원인사를 실시해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1월16일 중국사업본부 인사를 실시했는데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을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설 고문은 20여 년 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일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 토대를 다진 인물로 꼽힌다. 중국 정부를 설득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설립 허가를 받아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정의선이 설 고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을 놓고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시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실시한 북미와 인도, 러시아 권역본부 본부장 교체인사에서도 기존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2018년 10월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5월 말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는데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차그룹에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위아의 추가 합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2018년 11월22일에는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추진이 공식화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의 개인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된 회사다.
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3월28일 코스피에 정식으로 상장됐다. 정의선은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의 절반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해 965억 원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다면 정의선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 ▲ 2019년 6월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아민 H. 나세르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 양사간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응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미국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선택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는데 정의선은 청와대의 방북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미국 사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위기에 처하면서 정의선이 다급하게 미국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수출하는 80만 대가량의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정의선은 2018년 9월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만나 수입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산 차량 수입 사안에서 많은 양보를 한 만큼 미국 정부도 한국에 호혜적 조치를 내려달라고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등 미국에서만 공장 두 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미국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9년 6월15~16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와 연계해 14일 수소위원회가 개최한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그룹 경영권 ‘사실상’ 승계
정의선은 2018년 9월14일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3세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정의선의 대외적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의선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 경영을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총괄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정의선의 대외적 공식활동의 보폭이 부쩍 넓어졌다.
2018년 12월11일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수소차와 관련한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와 관련해 중장기 계획을 밝힌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의선은 “수소전기차처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과 현대차그룹이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라는 글로벌 에너지 변화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의선은 2018년 12월14일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와 2019년 1월2일 열린 현대차그룹의 시무식도 모두 직접 주재했다.
△외부기업과 협력 강화
정의선은 과거 내부 연구개발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그룹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며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7년 말부터 최근까지 협업하기로 한 회사를 살펴보면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고 있다.
정의선이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의선은 2018년 초부터 현대차그룹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년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글로벌모빌리티서밋’에 참석해서도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현대차그룹을 단순 자동차 조립기업에서 탈피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을 위한 해외 전초 기지인 ‘현대크래들’을 해외 주요 지역에 설립하고 있다. 현대크래들은 미래 핵심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과 대학, 전략 파트너 등을 발굴하고 협력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4월5일 그룹의 네 번째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크래들 베를린’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여태까지 미국에 처음 연 현대크래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한국에 제로원, 이스라엘 텔아이브에 현대크래들 텔아비브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현대크래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은 2019년 5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리더십 측면에서 도전 과제를 묻는 질문에 “미래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특히 연구개발부문 투자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의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다”며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성공요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망 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전략을 펴지만 현대차는 단순히 지분에만 투자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통 큰’ 베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호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차 관련 기술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2019년 5월22일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고성능 N브랜드 확대
정의선은 고성능차 브랜드 N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브라이언 스미스 현대차 미국법인(HM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9 뉴욕 오토쇼에서 내년까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N, 쏘나타 N라인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투싼 N라인을 선보이며 SUV로 고성능 브랜드 N을 확대한데 이어 세단까지 고성능 제품군을 갖춰나가는 중이다.
현대차는 2017년 9월 첫 번째 N브랜드 모델인 i30N을 유럽에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6월 두 번째 모델 벨로스터N을 국내에 출시했다. i30N은 1년 동안 3771대가 판매돼 연간 목표치 2800대를 넘어섰고 벨로스터N도 다섯 달 동안 연간 목표판매량 300대의 3배를 넘는 1천 대 이상이 판매됐다.
정의선은 2018년 1월 CES에서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 차량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고성능차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i30N과 벨로스터N의 판매가 순항하면서 현대차는 N브랜드 확대에 자신감을 얻었다.
2018년 4분기에 미국에서 벨로스터N을 출시했고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벨로스터N을 선보이며 중국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코나와 투싼 등 SUV에 N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친환경차까지 N브랜드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18년 연말인사에서 현대차그룹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외국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면서 고성능차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비어만 사장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하던 임원 출신으로 2015년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고성능차 N브랜드는 정의선의 작품으로 꼽혔던 PYL브랜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PYL은 현대자동차가 개성있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자동차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정의선은 PYL브랜드를 내걸고 i30와 함께 i40, 벨로스터 등의 차량을 선보였지만 PYL브랜드 차량이 국내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PYL브랜드는 사실상 해체됐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 제시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은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 3가지였다.
친환경 이동성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4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14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운전자가 사고 등 위험 없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연결된 이동성은 차량 등 이동수단이 운전자의 주거환경, 근무환경 등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차량에 원격으로 접속해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2019년 4월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현대차는 2015년 11월 세계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가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출범한 지 3년 만에 글로벌 판매 20만 대를 달성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세계에서 20만6882대의 제네시스 모델이 판매됐다.
상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G70은 미국 모터트렌드 2019년 1월호에서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그동안 BMW 3시리즈의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토요타와 닛산, 혼다와 GM이 실패한 것을 제네시스가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는 자동차업계 흐름에 발맞춰 2019년 하반기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을 선보인다. 2020년에는 소형 럭셔리 SUV GV70과 소형 럭셔리 스포츠쿠페를 출시해 모두 6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 디자인철학 ‘플루이딕스컬프처’
200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Y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으로 ‘플루이딕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제안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현대차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YF쏘나타는 해외에서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보수적 국내 고객들에게는 외면받았다.
2013년 제네시스DH와 2014년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을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발전시켰다. LF쏘나타는 YF쏘나타보다 곡선 디자인이 줄어들면서 정제된 느낌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에는 해외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LF쏘나타를 ‘특징이 없고(bland)’ ‘지루하다(boring)’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현대차가 보수적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일부러 YF쏘나타보다 무난하고 각진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봤다.
2014년 아슬란, 2015년 더 뉴 i30에도 플루이딕스컬프처2.0을 반영했지만 두 차량 모두 좋은 판매실적을 내지 못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이후 점차 자취를 감췄다.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고안해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 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에 “(정의선은) 매우 열려있고 긍정적”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