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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혜 "로보어드바이저 '에임'으로 국민연금 대체하고 싶다"

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 2019-06-27 16: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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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혜 "로보어드바이저 '에임'으로 국민연금 대체하고 싶다"
▲ 이지혜 에임 대표.
26일 저녁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9시. 서울 을지로 위워크 에임 본사에서는 이지혜 에임 대표가 투자자를 상대로 에임 서비스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열 명 남짓한 참석자들은 20대부터 40대로 직업과 성별이 다양했지만 모두 에임의 예비투자자거나 서비스 이용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대표는 투자자와 일대일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비스 리뷰에는 ‘투자를 망설이다가 대표와 통화 이후 마음이 바뀌었다’, ‘대표 영상이 인상 깊었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에임은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자문서비스로 2017년 12월부터 모바일 자산관리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회사 가운데 가장 긴 업력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사용자수 7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용자산은 31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100억 원을 달성한 후 약 8개월 만에 세 배가량 운용자산을 늘렸다.

‘에임을 만드는데 청춘을 다 바쳤다’는 이지혜 에임 대표를 26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 국내 은행,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에임만의 차별화 전략은? 

“에임은 로보어드바이저회사 가운데 퀀트 투자방식(오로지 ‘숫자’에만 기반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사용하는 유일한 회사다. 내가 근무했던 아카디안은 퀀트 방식의 헤지펀드회사로 수십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든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전략을 짠다.

이런 회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위험성을 가장 잘 낮출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일반투자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맞게 바꿔서 손쉽게 자산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지혜 대표는 미국 공학 명문 쿠퍼유니온 출신으로 씨티그룹에서 한국인 최초의 퀀트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보스톤의 퀀트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트레이더로 5년 일하며 하버드대학 계량경제학을 이수하고 뉴욕대 MBA를 수료했다.

아카디안은 글로벌 상위 1%의 퀀트 헤지펀드회사로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한다. 미국 내 상위 10곳 안에 드는 퀀트 헤지펀드회사로 꼽힌다.

- 국내에서 자산관리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 금융투자의 역사는 굉장히 짧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해외투자 업력도 길지 않다. 한국에서 증권사가 해외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다.

자본시장 주기를 보통 7년에서 10년이라고 보는데 우리나라에 이 주기를 온전히 겪어본 회사가 몇 안 된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일반투자자한테 내려오는 금융상품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걸 바꿔보고 싶었다.”

- 실제로 에임의 고객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자산운용의 본질은 시간을 통해 쌓이는 신뢰도에 있다고 본다. 운용사의 능력을 검증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경기국면이 좋을 때와 힘들 때 이 두 개를 거치면서 에임이 그동안 고객들한테 제시했던 신호들이 ‘실제로 맞았구나’라고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2년 넘게 에임을 썼던 고객들이 재투자하는 금액도 꽤 된다.”

이 대표는 평소 고민하던 투자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와 자주 소통한다. '모르면 무조건 물어봐라'라는 소신으로 창업 전부터 1천 명 가까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닌 덕분에 '로보어드바이저의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고객들과 일대일 면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에 에임 서비스에 ‘일대일 문의기능’을 넣은 적이 있다. 그렇게 쌓인 질문 8천 개를 나와 직원 한 명이 모두 답변을 했다. 한 줄짜리 질문에 너무 많은 내용이 포함돼있어 대답하는데 세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답변들이 이제는 데이터베이스가 되어서 마치 ‘금융투자 나무위키’처럼 만들어져 에임의 큰 자산이 됐다.”

이 대표는 ‘자산이 적은 사람들도 낮은 비용으로 전문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연간 자문금액의 0.5%만을 투자자문 보수로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투자보수가 2.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최저 수준이다. 에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에임의 직원은 모두 6명으로 운영하고 이 대표 역시 월급을 100만 원밖에 받지 않는다.

- 업계 최저 수수료를 내걸고 있다. 유지가 되나? 

“나는 에임이라는 서비스를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선물처럼 주고 싶었다. 원래는 무료로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사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더라. 그래서 수수료도 0.5%로 매겼다. 1년 동안 1천만 원을 맡긴다고 하면 5만 원인데. 1년 내내 자산관리 맡기면서 밥 한 끼 사주는 값인거다.

지금까지는 온전히 내 희생으로 회사가 굴러가고 있다. 내 월급은 아직도 100만 원밖에 안된다. 회사 인원도 6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에임이 창업부터 지금까지 줄곧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창업한 지 3개월 만에 금융당국에서 관련 규제를 내걸기도 했고 창업 초기 핵심멤버가 떠나면서 개발이 늦어지기도 했다.

- 한국에서 금융업에 도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규제가 가장 힘들었다. 내가 에임 서비스를 구상하고 창업하기 전에 바로 금융위원회를 찾아가서 전 금융위원장도 만나는 등 관련 업계 종사자를 한 1천 명 정도는 찾아다녔다. 처음에 금융위에서는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환영해서 호기롭게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창업하자마자 3개월 만에 규제가 생겼다.”

- 3개월 만에?

“그렇다. 처음에는 규제가 없었는데 알고 봤더니 전통 금융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와 관련해서 유권해석을 하고 그걸 금융위에 질의를 했다고 하더라. 정확하게는 비대면 일임계약을 맺을 때 투자 관련 문서를 서면으로 교부해야 한다는 유권이다. 이걸 질의했더니 투자문서를 이메일로 교부하면 안 된다는 해석이 나온거다.”
 
[인터뷰] 이지혜 "로보어드바이저 '에임'으로 국민연금 대체하고 싶다"
▲ 이지혜 에임 대표는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임>
 
에임은 가장 낮은 수수료로 많은 사람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수만 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투자서류를 전달할 수는 없었다.

- 어떻게 해결했나? 

“결국 자산을 통째로 맡겨 운용하는 일임방식을 포기하고 자문방식으로 서비스를 론칭했다. 에임이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해주고 마지막 결정은 일반투자자가 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금융당국을 설득할 때 새로운 서비스에 맞춘 법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오히려 우리가 하는 것도 이전에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고 기존 방식을 조합한 것이라고 설득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배웠다.”

에임은 이런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해 로보어드바이저회사 가운데 드물게 서비스 론칭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 비슷한 방식의 로보어드바이저회사들이 금융당국에서 지난해 말 관련 법을 개정한 이후 올해 4월에야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 투자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산을 불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하거나, 초기 자산이 매우 많거나.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 투자금액이 얼마 안된다. 그러면 시간을 10년 이상 길게 사용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적은 돈으로 단 몇 개월만에 빠르게 고수익을 내는 '일확천금의 꿈'은 미안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에임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내준다는 약속은 못 한다. 대신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 시간만 투자하면 되나?

“그렇다. 자본시장은 결국에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게 되어있다. 다만 그 사이에 변동폭이 커지니까 개인투자자들이 그걸 견디지 못하고 파는 것일 뿐. 그걸 왜 파나? 어차피 오를 건데. 적어도 지금까지 140년 정도는 그렇게 흘러왔고 이것이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아직 감지하지 못했다.

단 일정한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고정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다. 가상화폐처럼 위험한 자산도 10% 정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빠르게 올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었을 때 당장 혹해서 비중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일반인은 누구도 어디가 저점이고 어디가 고점인지 알 수 없다. 또 주식에 '몰빵'하는 등 고위험 자산에 자산을 모두 맡기는 것만 피하면 된다."

- 에임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팀원들과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전국민이 에임을 사용하는 그날까지.’ 나는 에임이 국민연금을 대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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