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5월] 일본의 라인야후 찬탈, 독도 소유권 주장과 뭐가 다른가

▲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실제 벌어졌다. 독도 소유권 주장, 신사참배와 같은 전범국 일본의 반성 없는 행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오랜 분노와는 또다른 형태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다름 아니라 일본 라인야후의 네이버 경영권을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강제로 빼앗으려는 비상식적 사건을 두고 얘기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네이버 측에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자국 소프트뱅크 측에 매각하라고 압박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설마 법치 국가에서 그러기야 하겠냐는 의심을 가졌다. 허나 이런 합리적 의구심은 금새 몰합리적 현실로 변해 뒤통수를 때렸다.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50대50으로 설립한 A홀딩스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 라인야후에서 네이버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의 시도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결산실적 설명회에서 “모회사 자본 변경에 대해 (네이버 측에)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자와 CEO는 그러면서 "구체적 내용은 우리(라인야후)가 통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같은 지분 구조 변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라인야후 경영진이 네이버의 라인야후 모회사(A홀딩스) 지분 매각 요청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도 네이버 측에 지분 매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게 공식 확인된 것이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 내용을 포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51만건 일본 국민 개인정보 유출이 네이버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며, 보안 대책 요구와 함께 지분 구조도 정리해 라인야후를 순수 일본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국내 반발 여론이 비등하자, 일본 정부 측은 “보안 대책 요구를 한 것”이라며 경영권 포기 압박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일 이데자와 CEO 발언으로 소프트뱅크는 물론 일본 정부의 압박은 사실임이 명백해졌다.

라인야후는 또 8일 이사회를 열고, 라인 메신저 개발을 주도한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을 결의했다. 기존 라인야후의 4명의 사내이사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 이사를 경영 이사진에서 전면 배제한 것이다.

이데자와 CEO는 “보안 강화 차원에서 기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체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라며 “경질로 여기진 말아달라”는 구차한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라인야후 사내이사에는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 이데자와 CEO 등 일본인만 남게 됐다. 사외이사 4명도 일본인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라인야후는 또 네이버에 맡겼던 클라우드 시스템 등 IT인프라 위탁 관계를 순차 종료하고, 기술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경영에서 네이버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속셈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네이버는 2011년 불모지인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2019년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라인야후를 설립하며, 일본에서 라인 이용자를 9600만명 수준으로 키웠다. 라인은 국내 카카오톡처럼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다. 

라인은 또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 등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서 2억 명의 라인 이용자를 확보했다. 토종 메신저 등 IT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는 라인 성장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중동 등의 지역에서 디지털전환(DX), 스마트시티, 인터넷은행 등 플랫폼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라인이 빠진다면 플랫폼 사업의 핵심 알맹이가 빠지는 셈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소프트뱅크 측에 넘긴다면 이같은 해외 사업 확장은 추진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왜냐 하면 라인야후 자회사인 Z 인터미디어트 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이 일본 외 해외사업 확장을 맡고 있는 한국법인 라인플러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경영권을 넘기면, 그에 따라서 라인플러스 경영권도 자동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우선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일본 정부가 개별 기업의 경영권을 매각하라 말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보안 미비를 빌미로 한 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이 나라 국격을 짓밟는 일이다.  

또 그런 월법적 경영권 찬탈 행위는 일본이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 것이고, 다른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위축하게 만드는 자충수임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만일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사업자인 에프알코리아에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측 지분을 한국 측 주주사인 롯데쇼핑(49%)에 매각하라고 한국 정부가 압박한다면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국민적 분노와 저항감을 사고 있는 일임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본 정부에 먼저 고개를 숙이고 과거사 화해라는 손을 내밀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독도는 일본 땅’, ‘전범 유패를 모아놓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속’이라는 반성 없는 만행뿐이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또한 네이버 경영진에게도 말한다. 네이버 경영진이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 압박에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일부라도 매각한다면, 향후 일본 사업과 메신저 사업으로 막대한 경영적 이득이 예상되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법률적으로 배임을 논하기 앞서 국민 정서법 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국민 배신 행위다. 일본 사업뿐 아니라 국내외 사업 근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김승용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