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 난항 예상, 로이터 "사우디 중국이 생산 축소 반대"

▲ 로이터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둘러싼 각 협상 단체들의 입장이 모두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풍자한 퍼포먼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을 놓고 각 참여단체의 입장 차가 커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플라스틱 사용을 국제적으로 규제하고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도로 제안된 국제 조약이다.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마지막 협상위원회는 한국 부산에서 열린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플라스틱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달한다. 206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플라스틱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3차 협상위원회에서 130개국 정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공개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화학물을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규제안을 향한 지지를 보인 바 있다.

인체나 자연에 해로운 화학물 사용을 통제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의 원인이 되는 생산량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제안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등 국가들의 반대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들은 국제플라스틱협약은 플라스틱 생산 통제보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통제하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우디와 중국 등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어 해당 제안은 협약 초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스튜어트 해리스 국제석유화학협외 이사회 대변인은 로이터를 통해 “우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이나 신소재 플라스틱 등 업계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대안을 가속화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해당 주장과 관련해 사우디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한 취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사우디는 현재 2030년까지 일간 생산된 원유의 3분의 1을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중국은 항상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고 이번 협약 협상에서 다른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플라스틱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이번 협약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욘 빌러 국제 오염 제거 네트워크(IPEN) 국제 코디네이터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더 많은 플라스틱 생산은 곧 더 많은 오염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제4차 협상위원회 개최 당일에는 과학자 30여 명이 협상위원회 대표에 공동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것만이 플라스틱 페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적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미국 대표단은 절충안으로 ‘파리협정’과 비슷한 형태의 협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협정은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2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조약으로 각국은 해당 목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도 이와 같은 방식을 차용해 플라스틱 생산량이나 폐기물 해결 등을 각국 정부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다만 해당 제안과 관련해서도 미국 대표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머클리 미국 오리건주 상원의원은 로이터를 통해 “파리협정 모델은 그냥 막연하게 모든 것이 잘 돌아가길 바라는 이상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며 “협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적 구속력과 억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