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간담회에서 한국 가계부채 특성과 관련해 60세 이상 인구의 부채 잔액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한국 60세 이상 가계부채 비중 증가세”, 노년 '빚 쓰나미' 경고음 커져

▲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생애주기 특성상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소비가 많은 중년층까지는 대출이 늘고 노년층에 접근하면 부채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연령대의 부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5.7%에서 2023년 20.4%로 증가했다. 부채의 평균잔액도 8천만 원 중후반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연령대 비중으로 봐도 2013년 8.9%에서 2023년 11.3%로 늘어났다. 부채의 평균잔액도 2013년 6800만 원 수준에서 2023년 86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전체 가계부채 비중이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인데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중은 잠재적 위험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박 실장은 “고령층의 가계부채에는 생계와 자영업, 부동산 자산 바탕의 경제활동 등 위험수준이 다른 다양한 부채가 혼재돼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며 “한국사회는 고령화 속도가 빠를뿐 아니라 고령층의 소득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측면에서 고령층 부채 누적상황에 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한국 60세 이상 가계부채 비중 증가세”, 노년 '빚 쓰나미' 경고음 커져

▲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간담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핵심 방안 가운데 하나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관련해 고령층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고령층 등에는 규제 적용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일괄적 규제 적용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 교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가구 자산의 82.4%는 부동산이다”며 “고령층은 소득이 거의 없는 만큼 DSR 규제가 적용되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소비지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령층은 결국 대출을 갚거나 생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22년 5월 청년층을 대상으로는 미래 소득 증가를 고려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 “한국 60세 이상 가계부채 비중 증가세”, 노년 '빚 쓰나미' 경고음 커져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과도한 가계부채는 빚을 짊어진 개인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위험요인이 된다. 

고령층의 대출 부담 현황을 볼 때 가계부채는 경제분야를 넘어 노인빈곤 등 사회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금융취약계층 지원 강조가 가계부채와 관련이 깊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2023년 말 기준 1886조 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면서 세계적으로도 최상위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0년 뒤 한 해 평균 6.7% 증가했다. 장기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축사에서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라는 잠재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는 대출 관행을 가계대출 전반에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