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정조준하는 부동산PF 구조조정, '비중 98%' 롯데건설 긴장 고조

▲ 롯데건설을 부동산 PF와 관련해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재구조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의 재정 건전성을 향한 불안한 시선이 가시질 않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대응을 위해 재구조화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 가운데 본PF로 넘어가지 않은 브릿지론 비중이 압도적이라 불확실성이 더욱 큰 것으로 여겨진다.
 
17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총선 뒤 4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이 떠오르는 등 건설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됐다.

현재의 위태로운 건설업계의 상황은 주요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신용도 평가에서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대보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기존보다 하향했다.

롯데건설 역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언급이 끊이지 않는 건설사 가운데 하나다.

롯데건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올해 초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로 부동산PF 문제가 불거질 때도 롯데건설은 신세계건설 등과 함께 가장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건설사로 꼽혔다.

롯데건설은 3월에 롯데정밀화학,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해 조성한 2조3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당장 만기가 다가오는 PF 우발채무 일부와 관련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재정 건전성을 향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올해 1분기에 직전 분기와 같은 신용등급 A+를 받았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당장은 신용도 등급을 하향하지 않으나 앞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곳은 롯데건설과 HDC현산 두 군데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의 재정 건전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는 부동산PF 관련 우발채무가 꼽혔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신용도를 놓고 “과중한 PF우발채무 규모와 관련 불확실성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 미착공 PF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의 진행과정과 본PF 전환 등 통한 위험성 해소 여부, PF 보증사업장 관련 비경상적 손실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이 PF우발채무 규모가 큰 만큼 금융당국의 부동산PF 대응 움직임에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가운데 아직 본PF로 전환되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을 주시하며 공경매를 통한 재구조화로 대응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차 대한상의 금융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PF 대책과 관련해 “채산성이 안 맞는 부동산이나 브릿지론은 주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도 브릿지론에는 강도 높은 기준을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영건설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PF 사업장 정리계획을 보면 태영건설의 브릿지론 사업장 20곳 가운데 19곳에서 시공사 교체나 청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본PF 사업장은 40곳 가운데 시공사 교체나 청산을 진행하는 곳이 10곳 미만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강도 높은 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PF우발채무 가운데 브릿지론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롯데건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단독사업 기준으로 PF우발채무의 보증한도 규모는 5조8952억 원이다. 이 가운데 본PF의 보증한도는 103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PF우발채무의 98%는 브릿지론으로 브릿지론 대출잔액만 4조7411억 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보면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관련 PF는 18건 모두 브릿지론 단계에 해당한다. 이촌현대(대출잔액 1653억 원), 증산5구역(1595억 원), 미성크로바(1378억 원), 청담삼익(1209억 원) 등이다.

기타사업은 82건 중 절반인 41건이 브릿지론이다. 롯데캐슬하이브엘(3600억 원), 롯데캐슬골든파크(2107억 원) 등 사업장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