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몸집 불리기 카드를 꺼냈다.

경쟁사에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선복량을 만회해 앞으로 다가올 장기 불황 국면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HMM 위기 속 몸집 키우기로 한 김경배, 컨테이너선사 '레벨 업' 무리수 논란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2022년 7월 여의도 본사에서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HMM >


다만 HMM이 목표만큼 선대를 늘린다고 해도 선복량 기준으로는 주요 선사 중 후미그룹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전 세계 주요 컨테이너 선사 10곳의 현재 선복량과 선박 발주량을 살펴보면 8위 HMM과 7위 에버라인의 선복량과 발주량이 각각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최근 HMM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당장 실현되더라도 기존 선복량과 발주량의 격차를 메우기는 모자란 수준이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150만TEU까지 확대하고 벌크 사업부문의 선복량을 현재의 2배 규모로 키운다는 투자계획을 15일 발표했다. 김 사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세부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계획은 김 사장이 부임한 뒤 2022년 6월 발표한 투자계획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HMM의 현금보유량 15조 원(2022년 말 기준)을 모두 투입해야 할 수준의 투자를 한층 더 키움으로서 해운시장의 장기 불황에 대비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 컨테이너선 업황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이번 투자 계획이 무리수로 여겨질 수 있다.

해운선사들이 최근 몇 년간 발주한 신조선이 올해 대규모 인도돼 전 세계 선복량이 300만TEU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도 말 기준 전체 선복량의 10%가 넘는 수준인데 올해 컨테이너업계가 운임하락을 점치는 이유이다.

내년부터 재편되는 해운동맹 구도는 운임하락의 또다른 요인이다. 세계 1,2위 선사의 연합 ‘2M(MSC, 머스크)’이 2025년 해체되고 ‘디얼라이언스’에서는 하팍로이드가 이탈한다. 이후 머스크는 하팍로이드와 ‘제미니 협력’을 새로 출범한다.

해운동맹은 여러 해운선사들이 모여 노선과 선복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협력체이다. 해운동맹에 참여하면 다양한 일정을 화주에게 제공할 수 있어 영업력이 높아지고 운임 방어와 원가 절감 등 이점들을 누릴 수 있다.

해운선사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결성과 해체를 반복하면서 해운동맹의 구도는 시대마다 바뀌었는데 과거 해운동맹 구도의 재편 과정에서는 통상 운임이 하락했다.   

중동 정세불안, 파나마 가뭄으로 인한 운하 통행제한 지속, 탄소집약도 규제, 글로벌 경기 회복 등 단기적인 운임상승 요인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운임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투자규모를 키우는 것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측면이 있다.

주요 해운선사들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벌어들인 수익을 선박확보에 재투자했는데 규모와 시기 모두 HMM을 앞서가고 있다. 늦게나마 HMM이 주요 선사들과 선복량 격차를 좁히려면 투자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복량은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많을수록 경쟁에서 유리하다.

선복량이 많아지면 노선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화주에 대한 운임협상력이 높아지고 비용구조가 효율화된다. 이를 바탕으로 운임하락 시기를 최소한의 손실로 감내하며 경쟁선사의 파산에 따른 운임상승을 누린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2010년대들어 머스크가 촉발한 장기간의 운임하락이 있다. 국내 1위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경영위기에 빠진 일본선사 3곳은 통합돼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로 출범하는 등 해운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HMM 위기 속 몸집 키우기로 한 김경배, 컨테이너선사 '레벨 업' 무리수 논란

▲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가닛호'의 명명식이 2024년 1월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렸다. 


2020년대 들어 선복량 세계 1위에 오른 스위스의 선사 MSC는 선박발주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치킨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경쟁하려면 선복량 증가가 수반되야 한다.

HMM의 향후 선복량 확대는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단위 당 운송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HMM의 기존 인도일정을 살펴보면 올해 1만3천TEU급 12척, 1만8천TEU급 3척 등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짜여있다. 이를 완료한다면 선복량은 100만TEU 수준으로 늘어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선복량을 비롯해 해외 현지 네트워크, 화주 상대 영업력, 운항인력 등의 요소들이 함께 확대되야 선복량 확대 효과가 의미있다”고 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