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을 강타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서 한발 비껴난 동시에 지난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넉넉히 쌓아둔 덕분이다.
 
우리금융 ELS 비껴가니 나홀로 두 자릿수 성장?, 임종룡 '원톱 체제' 힘 받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원 톱 체제를 더욱 굳힐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구축한 ‘원톱’ 체제를 더욱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으로 2조9528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보다 17.8% 가량 늘어나며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다른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순이익 증가폭이 5~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은 올해 주요 시중은행을 강타한 ELS 사태에서 한발 비껴나 있는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홍콩H지수 기반 ELS을 팔아치운 액수가 적은 만큼 배상을 위해 인식해야 하는 손실 규모도 1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가 조 단위의 배상금을 물어줄 수도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충당금을 가장 많이 늘리며 금융시장 충격에 미리 대비했다는 점도 올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충당금 규모를 2022년보다 112% 늘렸는데 이는 KB(70%)나 신한(71%), 하나(41%)의 증가폭을 크게 뛰어넘는다.

임종룡 회장은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올해 구축한 ‘원톱’ 체제에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는 일반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 이사회에 은행장을 비상임이사 등으로 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이사회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배제하며 임 회장 ‘원톱’ 체제에 힘을 실었다.

조병규 행장은 지난해 7월 우리은행장에 올랐는데 전임인 이원덕 행장만 보더라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이사회 아래 소위원회인 ESG경영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조 행장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올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사외이사로 채워졌다.
 
우리금융 ELS 비껴가니 나홀로 두 자릿수 성장?, 임종룡 '원톱 체제' 힘 받나

▲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 내 임 회장의 입김은 더욱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올해 7명에서 8명으로 늘었는데 우리금융 자체 추천 사외이사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5명)의 비중은 그만큼 낮아졌다.

임 회장이 올해 원톱체제를 강화하며 실적을 개선하면 연말 이후 자연스레 연임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내년이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는 만큼 올해부터는 금융당국 눈높이에 맞는 지배구조 및 승계구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 회장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다만 임 회장이 올해 실적을 개선해도 우리금융 위상 상승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이 올해 순이익을 크게 늘려도 2021년 세운 역대 최대 순이익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다른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ELS사태에도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에도 4대 금융 내에서 우리금융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서도 눈에 띠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한국포스증권 인수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실적 확대에 따른 은행 비중 축소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은 4월 초 창립기념일을 맞아 임직원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는 더 나은 우리금융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임 회장은 “‘우리 모두 우리’가 돼 서로 소통하고 합심한다면 ‘감사와 소통’의 기업문화가 우리 안에 튼튼히 뿌리를 내려 반드시 더 나은 우리금융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임직원의 힘을 믿고 제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