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국내 건설사에 당장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국제유가, 환율, 사업 발주 등 다양한 측면에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중동 확전 위기] 건설사 제2중동붐 먹구름, 발주 유가 환율 다방면에 타격

▲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등 서방의 주요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5일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우리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란 공습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이란이 13일에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데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란의 공격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 각료 5인이 만나 수 시간에 걸쳐 이란에 대응 방안을 논의한 끝에 보복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기와 강도를 놓고는 아직 구체적으로 의견을 모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보복 움직임을 보이자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확전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확전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이란을 고립시키고 제재를 강화하고 핵 활동에 압력을 높이는 식으로 역내 평화를 되찾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수주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해외건설협회가 내놓은 ‘2024년 1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보고서’를 보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가운데 중동 지역 비중은 44%에 이른다.

지역별 수주실적 변화를 봐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중동 지역만은 93.3% 증가해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삼성E&A,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스 플랜트와 관련해 10조 원에 가까운 사업수주에 성공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의 긍정적 수주 분위기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중동에서 확전 양상이 강해지면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활동은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건설사가 직접 이란이나 이스라엘에서 수주해 진행하는 사업은 거의 없으나 인근 지역으로 건자재 이동 등 사업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접국들 역시 전쟁의 영향에 휘말린다면 공사 발주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들이 이란-이스라엘 갈등으로 당장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정학적 긴장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유가, 금리, 환율 등에 따른 영향은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내외 물가에 미칠 타격은 국내 건설사들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물류, 에너지 등 사업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대부분 산업의 사업성을 악화시킨다.

세계적 경제 불안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환율도 자극한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년5개월 만에 최고치인 1380.8원으로 장을 마치기도 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이 이미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유가, 환율 등 추가적 비용 상승 압박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강달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기업들 전반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시장의 움직임이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달러화와 원자재 가격은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보이나 2020년 무렵부터 이런 상관관계가 사라졌다”며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전면 충돌이 벌어지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국지적 지정학 소음과 미국 경제의 호조 속에서 달러,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