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상업용부동산펀드 상품 만기를 줄줄이 연장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본격화하면 부동산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펀드 줄줄이 만기연장, 시간 벌었지만 손실 확대 우려 여전

▲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펀드 자산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의 복합단지인 시티라인 안에 있는 오피스빌딩 모습. <미래에셋자산운용>


다만 미국과 유럽 등의 오피스빌딩 자산가치가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시장 침체, 추가자금 투입 등에 따른 손실 확대 우려도 여전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2월 말 ‘하나대체투자나사1호’ 수익자총회에서 만기를 2029년 3월30일까지로 5년 연장했다.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인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빌딩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들어와 있는 우량자산으로 여겨졌지만 미국 부동산시장 불황에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가격도 급락했다. 

이 펀드 빌딩 가격은 1월 자산재평가에서 9240만 달러(약 1220억 원)로 책정됐다. 이는 최초 취득가액(1억6243만 달러)보다 43%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지구에 있는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글로벌229호’ 펀드 만기를 2025년 10월로 2년 연장했다.

독일 대주단과 대출유보계약 만기도 올해 5월31일로 3개월 더 연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트리아논 빌딩을 매입할 때 독일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빌딩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를 지난해 10월 약 7830억 원에 매각했다.

환율을 1300~1400원으로 가정하면 이 펀드의 총 회수율(최초 투자자 기준)은 약 97~100%다. 운용 기간 이미 지급한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원금 회수율은 46~50% 수준이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의 복합단지인 시티라인 안에 있는 오피스빌딩 4개 동과 부속건물을 자산으로 구성됐다. 

빌딩을 매각할 당시 임대료는 정상적으로 납부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뒤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출근율이 3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로 앞으로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 만기연장을 위한 리파이낸싱의 한계 등을 고려해 회사 측은 매각을 결정했다.

이 펀드는 최초 투자 기준 자기자본 3억4천만 달러와 현지 대출(타인 자본) 4억5200만 달러로 이뤄져 있는데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반대면 손실률이 더 커진다.

공모펀드 특성상 수익자총회를 열더라도 만기연장을 위한 투자자들의 합의가 어렵다는 점도 매각을 결정한 이유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판매사 세미나 등을 통해 펀드 운영 현황을 공유했는데 총 회수율 97~100% 최초투자자들은 만기상환을 기대했다. 반면 시장에서 중간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이 큰 만큼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탁계약상 운용사가 자산을 매각할지 말지에 관한 의사결정은 수익자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익자총회를 개최하면 출석한 수익자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 계좌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결의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9-2호 펀드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사모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미래에셋증권도 일부 손실을 기록했다”면서도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매각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기연장과 매각 결정을 두고 정답은 없지만 지금처럼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는 단순한 금리 전망 외 향후 배당 수익, 자산현황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