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마음] 새해 결심 작심삼일이라고? 결심 지킬 두 번째 기회 있다

▲ 새해 결심을 달성하려면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 Pixabay >

[비즈니스포스트] 혹시 새해 결심이 벌써 흐지부지되고 있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음력 달력이 있지 않은가. 갑진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이번만큼은 육십간지에 기대 새해 결심을 지킬 두 번째 기회를 가져보자. 

저마다 새해 결심은 다양하다. 영어 공부나 다이어트처럼 매년 전국민의 새해 결심 1, 2위를 다투는 도전에서부터 ‘올해부터는 사람들에게 좀 더 다정해져야지’ 같은 마음가짐과 관련한 다짐에 이르기까지, 잘 다듬어진 결심은 마음속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 정갈한 글씨로 번호가 매겨져 쓰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일은 왜 이리도 어려운가. 마치 첫 단원만 까맣게 때가 탄 수학의 정석 책처럼, 1월 한 달, 아니 2주, 아니 3일을 가지 못하고 우리는 무너진다.

이런 작심삼일은 물론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현상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eiseman)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새해에 결심한 내용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대해 추적관찰을 했다.

결심할 당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성공을 자신했지만, 1년 후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10명 중 9명은 새해에 계획했던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10명중 9명에 해당되는 당신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만약 올해만큼은 꼭 지키고 싶은 결심이 있다면 다음의 내용을 참고해보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새해 결심은 결국 습관에 관련된 것들이다. 영어 공부하는 습관,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습관, 사람들에 다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습관은 한 마디로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이다. 절차적 기억이란, 이닦기나 운전, 자전거타기처럼 의식해서 생각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발휘되는 기억으로 뇌의 소뇌와 편도체, 선조체가 담당한다.

어떻게 하는지 애써서 순서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며, 그 행위를 할 때 그렇게 괴롭지도 않다. 우리가 흔히 ‘몸에 배였다’ 라고 말할 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절차적 기억이다. 

반면 아직 습관으로 자리잡기 전의 행위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에 의존해야 한다. 전전두엽과 해마가 동원되는 서술적 기억은 우리가 원하는 행위를 할 때 의식해서 그 순서와 방법을 떠올려야 하므로 괴로움과 피로감을 느낀다. 뇌에 과부하가 걸려 그 행위는 이내 중단된다. 

결국 우리는 결심을 절차적 기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일단 무조건 구체적이어야 한다. ‘다정하자’ 가지고는 안 된다. 그러면 일상의 모든 순간 ‘어떻게 하는 게 다정한 거더라’를 떠올리느라 전전두엽이 지쳐버릴 것이다.

‘뒤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꼭 잡아주자’ ‘전단지를 나누어주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받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자’처럼 어떻게 다정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미리 생각해놓으면 좋다. 그 행위를 해야 하는 순간의 과부하가 줄어 지속가능한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결심을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 스트레스 등의 비용을 미리 고려하자. 그간 잘 하지 않던 다정한 행위를 하려면 자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써야 하며, 약간의 감정노동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다정함이 타인의 고마움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몇 차례 당황하다가 그냥 다 그만두자고 마음먹게 되기 쉽다. 그러므로 자신의 결심에 따라오는 일상의 추가적인 변화를 꼭 각오하자. 

마지막으로, 66일만 견디자. 습관이 온전히 정착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66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비율이 높았다가 2달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의식적 노력 없이 무의식적으로, 즉 절차적 기억에 의존해 행동할 수 있는 비율이 점차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괴로움이 줄고 결심이 일상의 루틴으로 들어왔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첫 2달여의 시간만 잘 견뎌보자. 

만약 갑진년의 시작 역시 다시 작심삼일이 된다 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자. 여전히 10명중 9명에 들어가 있는 셈이며, 우리에게는 사계절의 첫 순서인 봄이 시작되는 세 번째 기회, 3월이 있으니.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