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계열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3배가량 늘렸다.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며 그룹을 재계 서열 5위로 복귀시켰다.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벌이며 성장성을 키웠다. 이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재임 동안에 낸 주요 성과들이다. 
 
[데스크리포트 1월] 최정우 차기 회장 후보군 탈락은 포스코그룹의 '고육책'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지 못한 것은 포스코그룹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런데도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최근 추린 차기 회장 내부 후보군의 1차 명단에조차 들지 못했다. 

이는 일반 기업이라면 흔하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성과를 낸 CEO는 일반 기업에선 어렵지 않게 재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6.71%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최정우 회장은 전 정부에서 선임된 인물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눈 밖에 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5대그룹 총수임에도 최 회장은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CEO들이 자리한 재계 신년인사회에 함께 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베트남과 미국, 일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제사절단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포스코그룹 패싱'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정부 아래 국민연금공단에선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놓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포스코 CEO 후추위가 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최 회장 재임 기간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최 회장을 다시 차기 회장직에 올릴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압박에 포스코그룹 CEO후추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누구에게도 편향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데스크리포트 1월] 최정우 차기 회장 후보군 탈락은 포스코그룹의 '고육책'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포스코홀딩스>


하지만 결국 최 회장은 결국 차기 후보 예선 명단에서부터 탈락해야 했다. 이는 포스코그룹과 마찬가지로 소유분산기업인 KT의 2023년 사례를 포스코그룹 CEO후추위에서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지난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두 번이나 차기 대표이사를 뽑았음에도 외부 압박에 모두 사퇴해 오랫동안 경영 공백을 겪어야 했다. 

포스코그룹 역시 지금껏 역대 회장들이 정권이 바뀐 뒤 맞이한 2번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모두 중도에 하차했던 CEO 잔혹사를 갖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입김이 거셌던 역사를 의식해 최 회장을 희생양 삼아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포스코그룹 CEO후추위가 고육책(苦肉策)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정부의 눈밖에 난 최고경영자를 또다시 뽑지 않는 대신 차기 회장부터는 아예 정부의 입김을 탄 후보는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 CEO후추위는 최 회장 이상의 성과를 내 포스코그룹을 친환경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시킬 역량을 가진 인물을 고르는 과정의 첫단추를 꿴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코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이 바뀐 뒤 2번째 임기를 완주하게 되는 최초의 CEO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이 새 CEO를 뽑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정치권 입김을 완전히 배제해 지금과 다른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만드는 새 역사를 쓰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는 90% 이상 대다수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포스코그룹 같은 소유분산 기업에 정치권이 비판하는 이른바 '내부 카르텔'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지분 7%도 안 되는 1대 주주 공공기관을 앞세워 정부가 CEO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일 역시 옳은 건 아니다. 박창욱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