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희 당(국민의힘) 당원과 원내 의원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당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깔끔하게 탈당하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합류를 선언한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한 말이다.
 
[기자의눈] 허은아와 대비된 류호정 버티기, 청년정치인의 ‘구태’가 부끄럽다

▲ 허은아 의원이 1월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허 의원의 탈당은 말 그대로 ‘깔끔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정치인이 노선의 차이 때문에 정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뒤 자신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의원직을 과감히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허 의원이 탈당한 날 YTN라디오에서 “허 의원이 거취 결정을 깔끔하게 한 건 양당 모두에게 칭찬받을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허 의원이 자진해 금배지를 던지는 모습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선택과 나란히 놓고 보는 시선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소속 정당과 뜻이 맞지 않아 내년 총선에는 동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허 의원은 탈당하는 순간까지 ‘예의’를 강조한 반면 류 의원은 아직까지 탈당 여부를 두고 정의당과 갈등을 빚고 있다. 

류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인 새로운선택 합류를 공식화했지만 여전히 탈당하지 않았다. 류 의원은 1월까지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셈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창당을 준비 중인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류 의원을 언급하며 '구질구질'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천 위원장은 "허 의원에게 대놓고 류 의원처럼 하지 말자고 얘기했다"며 "개혁과 새로운 흐름을 말하는 사람들이 구질구질해서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기자의눈] 허은아와 대비된 류호정 버티기, 청년정치인의 ‘구태’가 부끄럽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3년 12월13일 국회에서 청년 관련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류 의원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징계를 내려 출당시키면 비례대표인 류 의원의 의원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례대표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류 의원이 스스로 탈당해야 정의당은 다른 사람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승계시킬 수 있다. 

특히 류 의원은 정의당 당적을 유지한 채 당의 위기에 맞서 노력하고 있는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새로운 선택 창당대회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그를 향한 비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김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받은 초청장을 공개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류호정 의원이 탈당계는 내주시고 초청장을 보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게다가 류 의원은 정의당에 남아있는 당원들에게 새로운선택 합류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류 의원에게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열어준 정의당에 대한 일말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당직자들과 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류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탈당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은 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미 신당을 창당하기로 하고 발기인대회도 했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서 (정의당에) 남아 있느냐”며 “류 의원이 지금 국회가 정의당에게 쓰도록 배정돼 있는 예산을 하루에 300만 원씩 사용하는 건데 정의당 할 생각이 없는 분이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일침을 했다.

류 의원이 합류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마저 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허 의원의 결단을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류 의원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개인의 결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나서서 말씀드리기는 좀 부적절한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특히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류 의원에게 상징성 있는 '비례대표 1번'을 부여했다. 그 덕에 류 의원은 '헌정사상 최연소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많은 기대를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류 의원의 의정활동은 '이중당적'이라는 오명을 쓴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인의 탈당은 자유다. 하지만 정치적 도의를 지키지 않은 채 정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쥐어준 의원직을 본인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은 류 의원이 그토록 비판하는 ‘구태’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류 의원 같은 모습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청년을 대표해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이 끝끝내 기득권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자리를 놓지 않고 지지를 호소하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