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태영건설의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승인을 이끌어낼 자구책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태영건설의 유동성 확보 방안은 구체화 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SBS와 에코비트 매각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승인 받아낼까, 에코비트와 SBS 지분 매각할지 초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일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따라 경영상황·자구계획·협의회 안건 등을 설명하는 채권자 설명회가 3일 열린다. 

태영그룹과 채권단은 11일 열리는 제1차 협의회를 앞두고 태영건설의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신용공여액 기준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법정관리는 가장 높은 구조조정 단계로 채권단이 주도권을 갖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원이 기존 경영자 대신 법정관리인을 임명해 회사의 경영과 재산관리 처분을 맡긴다.

태영건설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SBS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논의될 사안은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규모와 SBS 지분 매각 여부라는 시선이 나온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와 블루원(골프장이용업) 매각 및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4가지 자구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SBS 지분 매각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오너일가가 최소 3천억 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오너일가가 지분 60%를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이 협력사 상거래채권 상환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불신을 키운 꼴이 됐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티와이홀딩스로부터 1133억 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상거래채권 결제자금 1485억 원으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만기도래 상거래 채권 451억 원이 상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미상환 채권은 협력사가 은행에 외상매출채권 할인 방식을 통해 받았고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태영건설이 갚아야 할 채무가 돼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상거래 채권을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은 태영그룹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1조3천억 원, PF보증채무는 9조1816억 원이다. 이 가운데 연대보증 금액만 3조7천억 원 규모로 사재출연 3천억 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질적으로 태영그룹을 이끌면서 자산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매각했다. 태영인더스트리는 티와이홀딩스 40%, 윤석민 회장 32.34%, 창업회장 차녀 윤재연씨가 27.66% 지분을 들고 있는 물류기업이다.

이에 따라 윤 회장과 윤재연씨는 각각 776억 원, 664억 원을 쥐게 됐고 티와이홀딩스는 960억 원을 확보했다. 

KKR은 이밖에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600억 원에 인수했다. 평택싸이로는 양곡 화물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티와이홀딩스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태영그룹의 환경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코비트도 KKR이 가져갈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에코솔루션그룹(ESG)이 2022년 10월 합병해 탄생했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각각 지분 50%씩을 쥐고 있다.

에코비트는 2026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2020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시장여건을 고려해 연기했다. 2026년 기업가치 5조 원, 국내 100대 기업을 비전으로 두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KKR의 동의가 필요하다. 가치가 3조 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에코비트의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급하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매수주체를 찾는 것보다 KKR이 이미 담보로 잡은 에코비트 지분을 받고 채무를 상계하면서 채무 이상의 가치 평가금액을 지불하는 방안이 떠오른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월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로부터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KKR 사모사채 형식으로 4천억 원을 받아 태영건설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담보로 에코비트 주식을 제공했고 이자율은 13%다. 

KKR은 에코비트 담보 대출, 태영인더스트리, 평택싸이로 지분 인수 등으로 태영그룹에 7천억 원을 수혈했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가 곤경에 처한 기업의 우량자산을 헐값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윤재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블루원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87.7%를 가지고 있고 오너일가가 남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의 관심은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36.92%를 보유하고 있는 SBS를 매각할지에 쏠리고 있다.

윤 창업회장은 방송사업(SBS)에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문신 SBS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해 12월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SBS의 경영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윤석민 회장의 애정이 담긴 환경사업 역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데다 채권단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SBS 매각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윤 창업회장이 방송사업에 애정이 깊다면 윤석민 회장은 환경사업에 집중에 사업을 키웠다. 윤 회장은 2019년 4월26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TSK코퍼레이션을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환경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태영그룹이 자산규모 10조 원을 넘겨 지상파방송 지분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점도 변수다. 태영그룹은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에서 자산규모 11조2천억 원에 이르러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됐다. 

태영그룹은 방송법 부칙 제9조를 활용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방송법 부칙 제9조 ‘방송사업자의 소유제한에 관한 특례’ 2항에 따르면 법 시행 종전의 방송법에 의해 방송사업을 허가 받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대기업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제8조 3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식 또는 지분을 계속 소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승인 받아낼까, 에코비트와 SBS 지분 매각할지 초점

▲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한편 태영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과중한 부채를 안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란 시선은 애초에 존재했다.

앞서 2020년 9월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를 설립했고 태영건설은 우수한 수익 창출원이던 TSK코퍼레이션(현 에코비트) 등 환경 관련 자회사를 티와이홀딩스로 넘겼다.

2020년 말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87.2%로 2019년 말 276.5%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재규 부회장이 자체사업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했으나 분양이 미뤄지며 부동산경기 악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태영건설 대표를 맡아 자체 개발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해 수익을 크게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이 부회장은 2024년 3월이 임기 만료로 건설업계 장수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