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 기침에 무너진 한국 게임주, '페이투윈' 못 버리면 반복된다

▲ 22일 중국이 온라인게임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게임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네이버페이증권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검은 월요일. 1987년 10월19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하락한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후 주식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주가가 급락한 날을 ‘검은 x요일’로 부르는 관행이 생겼다.

12월22일은 국내 게임업계에게는 ‘검은 금요일’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날이 됐다.

이날 오후 중국의 온라인게임 규제 정책이 발표됨과 동시에 국내 게임주들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전날 종가와 비교해 데브시스터즈 –14.88%, 크래프톤 –13.77%, 위메이드 –13.34%, 컴투스홀딩스 –12.49%, 위메이드맥스 –9.45% 등 처참한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의 주가 역시 전날 종가보다 11.93% 하락한 상태로 22일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가 급락한 회사들은 모두 중국 시장의 매출이 매우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위메이드의 주력 지식재산(IP)인 ‘미르의 전설’은 중국에서 국민 IP로 불릴 정도로 중국 비중이 크다. 넥슨 역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에 넥슨 전체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킹덤의 중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역시 중국의 규제정책 발표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국내 게임사들은 이렇게 중국 시장에 깊게 의존하고 있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돈을 벌기 쉬운’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유저들 사이의 경쟁심리를 자극해 ‘아이템 뽑기’에 현금을 투자하게 만드는 ‘페이 투 윈’ 과금모델에 의존해 돈을 벌어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유저들 사이 분쟁을 조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조금 더 뽑기에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투입해왔다.

문제는 이런 과금 모델이 통하는 시장은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끼리 경쟁을 선호하는 문화를 갖게 된 한국, 중국, 동남아 일부 시장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게임업계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페이 투 윈 모델에 대한 반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글로벌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런 과금모델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외면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페이 투 윈 과금모델을 아주 살짝 첨가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유저 리뷰 점수 0.3점(10점 만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으며 침몰했다.

그러다보니 국내 게임회사들은 국내 시장, 그리고 페이 투 윈 모델이 통하는 좁은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시장에서 이런 종류의 과금모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마자 국내 게임회사들의 기업가치가 급락한 것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발표된 중국의 게임업계 규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지출 유도 상품 판매 제한, 일일 결제 한도 설정 등 페이 투 윈 모델 게임만 골라 ‘저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고강도로 게임 산업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게임사들의 이런 행태를 향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미 국내 게임회사들은 ‘게임’이 아니라 ‘도박장’을 만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소비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정치권 역시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페이 투 윈 게임의 핵심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을 조건에 따라 상세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이 2024년 3월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결국 국내 게임회사들이 텃밭인 국내 게임시장마저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게임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을 자각하고 전 세계 게임시장에 통할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놀이’는 나라에 관계없이 통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즐겁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제품을 만든다면 세계 어디에든 팔 수 있다.”

슈퍼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이사가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국내 게임회사들이 만든 ‘놀이’가 전 세계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