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모든 것] 양자와 친양자 상속, 새 가족 맞을 때 염두에 둬야하는 일

▲ 양자와 관련한 법률적 분쟁의 끝에는 상속 문제가 있다. 입양과 친양자 입양을 할 때 염두에 둬야한다. < Pexels > 

[비즈니스포스트] 회사원인 남성 A씨는 이혼 경력이 있고 아이가 한 명 있는 여성과 결혼했다. 상대방 여성은 결혼의 조건으로 자신의 아이를 A씨가 친양자로 입양할 것을 요구했다. 남성은 여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를 자신의 친양자로 입양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혼생활 3년 후에 부부는 이혼했다. A씨는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와의 법률적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한다. 

‘입양(入養)’이라는 단어는 원래 한국에서는 선뜻 말하기 어려운 단어였다. 입양된 아이, 입양한 부모 모두 입양 사실을 밝히기 꺼렸다. 하지만 이 금기어는 많은 유명 인사가 아이를 입양했음을 방송에서 이야기하고 반려동물을 집에 데려올 때도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많이 들리는 단어가 됐다.

물론 입양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 법은 2008년 친양자(親養者) 입양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친양자 제도는 입양아동을 법적으로 부모의 친생자인 것처럼 간주하는 제도다. 그래서 친양자 입양을 ‘제2의 출생’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법에서는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경우 친양자와 양자 입양의 두 가지 제도가 규정돼 있다(처음에는 만 15세 미만의 경우만 친양자 입양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미성년자면 친양자 입양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친양자 입양은 위에 언급한 사례와 같이 아이가 있는 여성이 재혼할 때 그 여자의 아이를 재혼 상대인 남편이 친양자로 입양하는 경우와 아이가 없는 부부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은 경우 등에 이뤄진다.

법률에서 규정한 양자의 지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먼저 일반적인 양자는 입양이 되더라도 친부모와의 법적인 가족 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 

상속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람의 양자가 된 사람은 친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 있고 양부모에 대한 상속권도 가지고 있다. 즉 양쪽 부모로부터 모두 상속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부분 때문에 친부모의 자식과 양자로 간 자식 사이에 상속 분쟁이 생기는 예도 있다.

반면에 친양자는 입양한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며 친양자의 입양 전의 가족·친족 관계는 단절된다. 친부모와는 이제 법적으로는 혈연관계가 아니게 된다. 

친부모가 사망해도 상속을 받을 수 없으며 친부모는 아이에 대하여 더는 어떤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그리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친양자 입양 사실을 알 수 없다.

양자든 친양자든 새로운 가정에서 부모와 화목하게 지내며 잘 살아가면 최고의 결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호적을 판다.’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 종종 쓰는 말이다. ‘호적’은 예전에 사용하던 가족관계등록부인데 여기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삭제시킨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법적인 결합을 단절시키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친생자와 부모 사이에는 호적을 팔 수 없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끊어 낼 수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남남처럼 살고 원수가 되어도 가족법상 관계를 단절시킬 방법은 없다. 

상속의 경우를 예로 들면 부모와 자식 가운데 한 명과 사이가 안 좋아서 그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상속권은 보장해 주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게 유류분(遺留分)이다.

반면에 양자 관계에서는 ‘호적을 파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 관계를 끊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데 이를 법률용어로 바꾸면 ‘파양(罷養)’이다. 

그런데 일반 양자와 친양자는 파양의 절차가 다르다. 일반 양자는 양부모와 양자가 합의해서 파양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친양자의 경우 재판을 통해서만 파양할 수 있다. 

양자와 양부모 어느 한쪽이 파양에 동의하지 않거나 친양자 관계를 파양하려는 경우 가정법원에 파양을 청구해서 법원에서 판단한다. 이를 재판상 파양이라고 한다. 파양은 양부모가 하려는 경우도 있고 양자가 원하는 때도 있다.

재판상 파양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일반 입양보다 친양자를 파양하려면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우리 법은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 △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悖倫) 행위로 인하여 친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때의 두 가지만을 친양자 파양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부모·자식 관계가 소원해진 정도로는 파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꼭 재판을 통해서만 파양이 가능하다. 

앞서 친양자 입양이 많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관련한 두 가지 예를 들었다. 

먼저 아이가 있는 여성이 재혼하는 경우에 그 여자의 아이를 재혼 상대인 남편이 친양자로 입양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만약에 이 부부가 이혼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혼했더라도 남편은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에 대해 부양을 해야 하고 자신의 사망 뒤 재산을 상속해줘야 한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상담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경우를 보자. 아이가 없는 부부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어서 친양자 입양을 했다가 이혼할 때 이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둘 사이에 친자식이 생긴 뒤 친양자의 파양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친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서’, ‘친자식과 양자의 갈등’ 등을 이유로 대면서 말이다.

친양자 입양의 경우 입양된 아이가 문제가 있어서 파양할 수 있는 경우는 ‘아이가 부모에게 패륜 행위를 한 경우뿐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 아이의 패륜이 발생할만한 상황은 거의 없다. 부모는 파양을 원하지만 파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호 기관에 맡기거나 방치를 한다면 양부모는 아동학대로 처벌받게 된다. 결국 특별한 파양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양부모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 의무를 지고 자신이 죽었을 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 이렇게 양자와 관련한 법률적 분쟁의 끝에는 상속 문제가 있다. 입양, 친양자 입양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 칼럼을 쓰면서 상당히 망설였다. 내 글로 인해 피해 보는 입양가정이 있을까 봐서. 하지만 이런 사례도 있음을 보여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친양자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8년이다. 이제 친양자의 상속과 관련한 문제들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