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문화프리즘] 한국 MZ세대 사이 중국 백주 하이볼 유행이 의미하는 것

▲ 사실 중국 백주 하이볼 유행 앞에서 중국은 한국에 감사해야 하며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에 지닌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중국은 중국 백주 그대로를 들고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백주에 하이볼 옷을 입혀서 중국적인 것의 원재료는 보존하면서도 중국적인 것이 지닌 부정적 속성을 줄여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보편 문화로 만들었다. 사진은 CU가 2월 출시한 연태토닉 하이볼의 모습. < CU >

[비즈니스포스트] 학생들과 중국집에 갔는데 학생들이 먼저 중국술 고량주를 먹자고 한다. 웬일인가 싶었다. 내가 먹자고 할 때는 다들 싫은 내색을 하더니. 

그런데 그냥 중국술만 시키는 게 아니었다. 하이볼 세트를 시켰다. 중국술과 토닉워터, 그리고 레몬, 얼음으로 구성된 세트가 나오자 익숙하게 하이볼을 제조한다. 새콤달콤하면서 중국 술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고량주라고 부르는 중국 백주는 증류주다. 주요 재료는 수수하고 다른 곡물이다. 증류주여서 보통 56도다. 도수가 50도 넘어야 좋은 술이다. 독한 거는 72도짜리도 있다.

이런 중국 백주, 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중국인은 백주의 맛을 표현하면서 힘이 좋다거나 맵다고 표현한다. 목을 타고 내려간 뒤 느껴지는 후끈함을 힘이 좋다고 말하고 입안이 얼얼해지는 것을 두고 맵다고 말한다. 

이런 독하고 강한 느낌 때문에 싫어하기도 하고 냄새 때문에 싫어하기도 한다. 특유의 수수 향이나 곡물 향이 나서 그렇다. 독한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특유의 향 때문에 중국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층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을 비롯하여 젊은 층에서 중국술 하이볼이 유행이다. 이 바람에 연태구냥은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연태만이 아니라 공부가주, 다른 중국 백주로 하이볼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MZ세대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가장 강하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평균 70%가량은 중국에 부정적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취향에서는 마라탕을 즐기고 하이볼로 중국 백주를 즐긴다. 

MZ세대의 위스키 하이볼 열풍이 이제 중국 백주 하이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백주 가격이 소주보다 비싸지만 하이볼로 마시면 가성비도 나온다. 

학생들 따라 중국 백주 하이볼을 몇 번 마셔보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달아서 그렇다. 하지만 한국 MZ세대는 남녀 가리지 않고 백주 하이볼을 즐긴다.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은 일식집인데도 레몬과 팔각을 띄운 공부가 하이볼로 오픈런 성업 중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중국 백주 하이볼 유행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 백주 하이볼, 이거 만들어 마시는 것 정말 한국답다. 

원재료는 중국술이다. 중국제다. 하이볼은 일본사람이 즐겨 먹는 칵테일이다. 일본 소주도, 위스키도 이렇게 마신다. 그런데 한국 젊은이들 중국 재료인 중국 백주와 일본 하이볼 방식을 결합하여 중국 백주 하이볼을 만들어 즐긴다. 

중국 것, 일본 것, 모두 다른 나라 것인데 그것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한국인들 참 창의적이다. 중국 백주 유행 앞에서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한국 문화의 창조성과 개성을 확인한다. 

한국 하이볼은 중국 백주 특유의 냄새를 일본 하이볼 방식을 들여와 제거했다. 중국 것, 일본 것을 비빔밥을 비비듯이 비벼서 중국 백주 하이볼이라는 새로운 한국의 것을 만들었다.

이런 방법으로 이제 중국 백주를 더욱 많은 사람이, 특히 중국 백주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즐기게 됐고 서구인들도 즐기게 되었다. 이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한국인의 본능적인 기질이다.

사실 이런 기질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중국 백주 하이볼만 그런 게 아니다. 짜장면도 그렇다. 

중국 짜장면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 짜장면은 짜다. 생야채가 들어가고 생마늘과 함께 먹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렇게 짠 중국 짜장면을 달게 만들고 여기에 고기와 다른 야채를 함께 볶아서 먹기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일본 음식인 다꽝, 그러니까 단무지를 반찬으로 배합했다. 

이렇게 해서 짜장면은 완전히 새로운 음식으로, 한국 음식으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다. 중국인조차 한국 짜장면을 좋아한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한국에 짜장면을 먹으러 온다고 하지 않던가.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우고 수입해 그것을 가공해 더욱 많은 사람이 즐기는 보편적 문화로 만드는 것은 한국인들의 지닌 문화적 기질 덕분이다.

이런 한국인의 문화적 기질이 짜장면을 만들어 내고 중국 백주 하이볼을 만들어 낸다. BTS의 음악이 성공한 것도, K-콘텐츠를 비롯한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MZ세대가 중국에 부정적인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문화갈등이다. 

중국 MZ세대 네티즌들, 특히 중국이 부상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애국주의 네티즌들의 경우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하였다는 주장을 강하게 한다. 우리 MZ세대들은 그런 중국 주장이 불쾌하고 못마땅해서 중국을 싫어한다. 문화 기원을 두고 두 나라 MZ세대가 갈등한다. 

그런데 문화에서 기원을 따지는 것은 참으로 허망하고 의미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원이 아니라 창조력이다. 

중국 MZ세대 애국주의 네티즌들이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국 문화의 창조력이 약하고 중국 문화가 세계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같은 동아시아 문화인 한국 문화는 쭉쭉 세계로 나가서 세계인에게 환영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문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가지만 중국 문화는 중국 국경 안에 갇혀 있는 현실 때문에 ‘그거 원래 우리 것인데’ 하는 심정에서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론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한중 문화 갈등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문화의 기원에 연연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보편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한국 문화의 고유한 창조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의 힘은 외국 것을 가져와서 그것을 비빔밥처럼 비벼서 새롭고 보편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면서 문화적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고추가 조선 후기에 해외에서 들어오면서 오늘날 한국을 상징하는 매운 김치가 탄생했고 고추장이 만들어져서 한국을 대표하는 비빔밥이 탄생하지 않았는가? BTS음악도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음악으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한국 문화의 창조적 힘은 이런 개방적 혼종성에서 온다.

사실 중국 백주 하이볼 유행 앞에서 중국은 한국에 감사해야 하며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에 지닌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중국은 중국 백주 그대로를 들고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백주에 하이볼 옷을 입혀서 중국적인 것의 원재료는 보존하면서도 중국적인 것이 지닌 부정적 속성을 줄여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보편 문화로 만들었다.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에 갖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한국의 중국 백주 하이볼 유행에서 중국이 깊이 생각할 일이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고 jtbc '차이나는 클래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 소통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