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자본주의] "죽은 지구에 정치는 없다" 기후활동가 이다연 행보 주목해야

▲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가 영국 BBC방송의 ‘2023 올해의 여성 100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달 대한민국의 한 여성 청년이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K-POP 기후활동가, 스물 한 살의 이다연 씨다. 

이 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셸 오바마, 레바논계 인권변호사로 UN 코피 아난 고문이었던 아말 크루니 등이 같이 이름을 올렸으며 그동안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이 명단에 포함되었다. 기후활동가로서는 가장 처음 국제사회에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됐다.

BBC는 이다연씨를 100인으로 선정하면서 케이팝포플래닛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앨범 폐기물이 환경에 해악을 미친다는 것을 지적했으며, 케이팝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실물 앨범이 아닌 디지털 앨범으로 전환하도록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다연씨는 만 명 이상의 온라인 청원을 받아 엔터테인먼트사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에 전달하는 등 엔터사에 직접 실물 앨범문화를 디지털 앨범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에는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해줄 것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솔로 앨범은 디지털 앨범이며 블랙핑크 앨범은 자연 분해가 쉬운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클린 차트, 즉 친환경 소재로 만든 앨범 등의 판매량을 별도로 내는 방식도 도출되고 있다. 

JYP의 ESG보고서 역시 이 흐름에서 나온 결과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가운데 최초로 나온 보고서 곳곳에는 기후정의를 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다연씨의 선한 영향력이 국내 대형 엔터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보고서 발간에 당도했다.

필자는 이다연 씨를 세 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다. 지속가능한 케이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같이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열었다.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케이팝은 청소년 간 온오프라인 상에서 연대할 수 있는 거점이 되고 있었으며 그 거점에 기후위기 경각심과 기후정의를 심은 이가 이다연 씨였다. 

이 씨의 관심은 이제 케이팝에서 더 나아가고 있다. 올해 9월 케이팝 팬들은 파리, 서울 등 세계 6개 주요 도시에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그린워싱을 비판하는 환경 캠페인을 벌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블랙핑크의 팬덤 블링크, BTS의 팬덤인 아미와 함께 주요 패션거리 등에 시위트럭을 준비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소리쳤다. 핵심은 그린워싱을 많이 하는 명품브랜드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현재 블랙핑크는 샤넬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그들을 홍보대사로 활용한다면 명품 브랜드가 당연히 스타 명성에 걸맞게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셀린느, 디올, 생 로랑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도 요구했다.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도 요구했다. 

사무실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보여주기식’ 기후정의가 아닌 제조와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RE100을 실천하는 것이 곧 명품적 태도임을 명시했다. 

이다연씨를 비롯한 케이팝 팬들이 명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 기업의 탄소배출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21년 샤넬, 생 로랑, 셀린느. 디올 브랜드를 소유한 패션 기업들은 약 93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 배출량은 캄보디아 전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절반을 훌쩍 넘는 양이라고 한다. 국제패션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패션 어젠다에 따르면 매년 의류 폐기물 9200만 톤이 발생되는데 명품브랜드의 경우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나 차지하고 있다. 

또 케이팝포플래닛은 국제환경단체 ‘액션 스픽스 라우더(Action Speaks Louder)’와 여러 명품브랜드 기업에 대한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모두 낙제였다. 

샤넬은 F, 대기업 LVMH가 소유한 셀린느와 디올은 E, 케어링에 속한 생 로랑은 D로 이들의 기후위기 대응은 비난받아 마땅했다. 지속가능성을 약속해도 탄소배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린워싱이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의심되는 지점이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이다연 씨를 비롯한 케이팝 팬들의 지적이다. 그린워싱으로 포장된 명품브랜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의 하나일 것이다. 그 앞에 한국 청년 이다연 씨가 있다. 청년이 보살피는 지구는 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청년 이다연 씨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우리 지구의 주인공은 미래세대인 청년과 아이들이다. 오래된 말로, 우리 어른들은 그들로부터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 잘 쓰고 돌려줘야 하는 처지인데도 그것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구의 생존이 아닌 지구의 성장, 청년과 아이들의 생존이 아닌 청년과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죽은 지구에 정치는 없다”, 이다연 씨의 말을 빗대 우리 정치를 돌아본다. 정치의 그린워싱도 멈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의원은 ESG 기본법 발의를 준비하며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9, 20,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국회 모빌리티포럼 대표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