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리포트 12월] 유통업체 매서운 겨울나기, 알리·테무 이길 체력 키워야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연말인사에서 유통 부문에 어떤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겨울은 추워야 해, 눈도 제법 내려야 해, 그래야 보리가 잘 자란단다."

어릴적 필자가 올 겨울이 너무 춥다고 하면 간도가 고향인 어머니께선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겨울이 따뜻하면 병해충들로 들끓고, 눈이 오지 않으면 가물어 죽기 때문이다.

2023년 겨울, 팔순을 훌쩍 넘은 어머니의 말씀이 문득 떠오르는 건 최근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 주위에 구조조정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유통업계다.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지난달 롯데마트, 9월 롯데홈쇼핑도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롯데만이 아니다. 11번가도 이달 8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GS리테일도 최근 장기 근속자 대상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식품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매일유업에 이어 지난달 초부터는 SPC 파리크라상도 법인 소속 14개 브랜드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농심 계열사 메가마트는 대졸 공채를 모집하다가 최종 면접을 앞두고 모든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유통 식품 업체들이 어려운 이유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둔화 때문이다.

11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0.2% 증가에 그쳤다.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나 늘었다.

늘어나는 소득이 제자리걸음이니 소비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물가는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11월 역시 3%대가 유력시된다.

한국은행은 11월 30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돌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한 한국인 수는 10월 613만 명으로 쿠팡과 11번가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라섰다. G마켓을 넘어선 것이다.
 
[데스크 리포트 12월] 유통업체 매서운 겨울나기, 알리·테무 이길 체력 키워야

▲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 창업자 김범석(사진)의 가장 큰 적수가 될 것이란 유통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배송기간 단축과 무료배송 등 초석을 다진 데 이어 내년에는 한국 물류센터를 직접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의 가장 큰 적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만큼 무서운 것이 '테무'다.

테무는 중국 핀둬둬가 서비스하고 있는 쇼핑 앱이다. 2022년 9월 출시된 이후 아마존, 쇼피파이, 쉬인 등을 제치고 미국 쇼핑 앱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테무가 미국에서 인기를 끈 요인은 소셜미디어에 테무를 공유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물건을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무료로 제품을 받을 수도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올해 7월 한국시장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0월 기준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66만 명으로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처럼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장보기가 겁이 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더 싸게 물건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찾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국내 유통업체들 역시 당장의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국내 유통업체들이 추운 겨울나기를 통해 건강한 보리를 수확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낼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최영희 유통바이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