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러나 마약 사건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죄보다 사람을 더 미워한다. 그게 내 가족 중 한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마약 투약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는 어떤 태도로 자식을 대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다. 범죄자의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에 더해, 마약 투약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는 자식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 책 101쪽, ‘2장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중에서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123명에서 2022년 1만8395명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30대 이하의 비중이 60%를 차지할 만큼 매해 1만 명 이상의 청년과 아이들이 마약 범죄로 구속되고 있다. 
 
새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마약 NO EXIT에서 NOW EXIT로

▲ 안준형 변호사의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표지. <세이코리아>


마약이 일상을 좀먹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찰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범죄 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NO EXIT, 출구 없는 미로’를 구호로 채택했다. 

‘한번 빠져들면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로 사람들에게 마약의 위험을 경고하고 투약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여러 유명인과 공직자, 기업들이 정부의 뜻에 공감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출구가 없다면 이미 한 번이라도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은 어찌 되나?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채 버려진 그들은 더 이상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걸까? 가족과 친구들은 국가조차 포기한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안준형 변호사는 이러한 의문 때문에 ‘NO EXIT, 출구 없는 미로’라는 구호에 반기를 들었다.

안 변호사는 1년에 100여 건의 마약 사건을 수임하는 마약 전문 변호사다. 10여 년 전 어느 마약 투약자의 변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마약 사건과 처음 연을 맺었다. 

그가 목격한 한국 사회가 마약 사범을 대하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다. 수사기관, 사법부, 언론, 일반 대중은 마약 사범은 불가촉천민 이하로 취급했다. 마약 사범을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안 변호사는 투약자들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그들을 처벌하고 죄를 묻는 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재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변호사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발을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 밖에 없다고 이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안 변호사가 제삼자의 시선에서 그들과 사건을 바라보고 거기에서 알게 된 것과 느낀 것이 담겼다. 

변호인이자 제삼자로서 그가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공감’의 중요성이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사정과 이야기에 자신을 이입할 수 없고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재판에서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투약자의 사정에 공감한다는 것이 그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에 공감하고 그들이 마약을 하는 것을 납득한다는 것은 아니다. 안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마약의 끝은 정해져 있다. 투약이 이어져 몸이 망가진다면 신체적 자살이고 아직 거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사회적 자살 중이다. 나는 구조자의 심정으로 마약 투약자들을 본다. 사실은 당신들도 살고 싶을 것이라는 마음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변호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