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집권 둘째 해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 주변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이 IMF 사태를 맞이하기 직전의 시기와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국가 경제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 상황도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기고] 민생경제 위기 경고음 커진다, 정치권 타개책 마련 위한 협치 나서야

▲ 민생경제가 위기다. 시민들은 이른 겨울이 더욱 춥다. <연합뉴스>


외환보유고의 감소라던지, ‘역대급’ 법인 파산 신청수라던지 등의 거대한 주제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서민경제의 측면에서 우리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가계 대출자의 23%가 세 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로 그 수가 약 4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경제·신용 리스크가 발생하면 연쇄 충격을 받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DSR 수준은 61.5%에 달한다. 한 해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정상적인 가계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되고 있는 소비 침체 문제도 그렇다. 23년 8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매판매액 지수가 102.6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5.2% 하락한 수치이며 가계 여윳돈이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는 말과 같다.

신용카드 연체액마저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8월 말을 기준으로 리볼빙 잔액이 총 7.4조 원으로 집계되어 전년 동월 대비 5,672억 원이 늘어났다.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의 평균 금리인 연 15~17%로 불어나는 이자를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가고 있는 이런 시기일수록 정부는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더더욱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른바 ‘대안’은 정부가 상황에 부합하는 정책을 계획해 시행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가 합심하여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철벽을 허물고 나와 함께 협치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며 서울의 메가시티화와 주식 공매도의 전면 금지, 등 여러 가지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나름대로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고집스레 외면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예시를 찾기 위해서 우리가 그리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대한민국에 드리우기 바로 직전이었던 김영삼 정부 후반기로 시선을 돌려보자.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 당시 야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두 주역이었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외면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렇게 야당을 멀리한 결과 협치를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들까지 김영삼 정부가 지레 포기해 버렸다는 점이다. 야당이라는 나무가 싫다고 경제라는 숲을 무책임하게 내버려 둔 셈이었다.
 
[기고] 민생경제 위기 경고음 커진다, 정치권 타개책 마련 위한 협치 나서야

▲ 이은희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


나는 김영삼 정부의 그러한 고집과 독선이, 불통과 오만이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협치를 거부한 채 철벽을 점점 더 굳건히 하면서 경제라는 숲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 없이도 ‘할 수 있는’ 정책만 시행한다는 것을 넘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오로지 총선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이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야당도 민생을 살리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정부 여당에 그 어떠한 협력과 협조도 아끼지 않았다고 공언한 터다.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민생경제라는 거대한 숲이 불타기 전에,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넘겨버리기 전에 적극적힌 행동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이은희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
 
이은희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는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서울시립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6대 대통령 노무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제2부속실장을 역임했다. 환경보전협회(한국환경보전원) 경영관리본부장과 국립생태원의 상임이사·경영관리본부장, 한국환경에너지포럼 상임대표로 일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