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와 경제] 영동 고당리와 옥천 장수리, 금강이 만든 명당과 복된 땅 (2)

▲ 보청천이 휘도는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의 모습. 제2회 청성면 경관 사진 공모전 최우수상작(김영수). <옥천군청>

[비즈니스포스트] 충남 금산군 천내리에서 봉황천과 합류하여 몸집이 불어난 금강은 충북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에서 영동천과 합류하여 몸집이 더욱 불어납니다. 그리고 곧 이어 심천면 심천리에서 초강천과 만납니다.

초강천은 속리산 남쪽 봉황산에서 추풍령을 지나 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서쪽 기슭의 물을 모두 모아 흐르는 금강의 지천으로 꽤 큰 냇물입니다.

초강천과 초강천의 지류인 석천은 곳곳에 물과 산이 어우러진 경승지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월류봉과 반야사 계곡이 있습니다. 

석천의 상류지역은 경북 상주시 화서면 화동면 모서면 모동면 일대입니다. 여기는 동·남·북 삼면은 백두대간에, 서쪽은 속리산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에 둘러싸인 분지입니다.

예전에는 내륙 깊은 곳에 있고, 교통도 불편한 곳이라 전쟁의 참화를 격지 않은 곳입니다. 또, 수재와 가뭄도 크게 겪지 않은 복지입니다. 게다가 석천 상류 유역엔 꽤 넓은 들이 있어 농사 지을 땅이 많아 이곳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훨씬 넉넉하게 살았습니다. 

이곳의 산들은 매우 유순하고 온화하게 생겼습니다. 거의 모든 산봉우리들이 단정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힘차게 솟아오른 산맥인 백두대간도 여기서는 한껏 몸을 낮춰 백두대간 연봉 중에 800미터가 되는 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에 가장 낮은 곳입니다. 또, 이곳처럼 백두대간의 모습이 부드럽고 온화한 데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산세가 온화하고 맑은 냇물이 다정하게 굽이치며 흐르니 인심 또한 순박하고 풍속이 아름다울 곳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예절 바르고 성품이 밝아 이웃 사람들과 화목하게 살아왔습니다. 삼재(전쟁과 수재와 가뭄)가 들지 않고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곳이니 십승지 못지않은 복지라 할 수 있습니다.

심천리에서 초강천과 합류한 금강은 곧바로 300도 가까이 아주 크게 굽이쳐 흐릅니다. 이 물굽이 안에 심천면 고당리가 있는데 이곳도 특별한 명당 복지입니다.

고당리 마을은 크게 휘돌아 흐르는 금강에 완전히 감싸여 있는데, 마을 뒤에는 연꽃처럼 생긴 산봉우리들이 연달아 솟아 있고, 마을 금강 건너편에는 단정하고 아담하게 생긴 산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뒤로 좀더 멀리에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이곳은 연화부수형의 명당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재복 뿐 아니라 오복을 두루 누리면서 살 만한 곳입니다. 산도 물도 빼어나게 수려하니 길지 중의 길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처럼 큰 강의 물굽이 안에 있는 명당 복지들에 부가가치가 아주 높지만 큰 땅은 필요 없는 기업들이 많이 모여 사업을 한다면 우리나라에 큰 복이 될 것입니다.

고당리를 지난 금강은 대청호의 댐 제방까지 깊은 산곡으로 흘러 물굽이는 많으나 금강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 만한 넓은 터가 없습니다. 금강이 대청호로 들어가기 전에 큰 지류 중 하나인 보청천과 만납니다. 보청천은 충북 보은군에서 발원하여 옥천군 청산면과 청성면을 지나 금강과 합류합니다.

충청북도는 산지가 많고 평야가 적은 곳입니다. 미호천 유역의 평야가 가장 넓고, 그 다음으로 넓은 평야가 있는 곳이 보청천 유역입니다. 보청천 유역은 산자수명하고 들이 넓어서 농업 사회였던 옛날에는 사람 살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석천 유역처럼 인심 좋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여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복지였습니다.

보청천 유역엔 규모가 작은 공업단지가 몇 개 있습니다. 보은군에는 보은 농공단지, 삼승 농공단지, 보은 동부 일반 산업단지가 있으며, 옥천군에는 청산면에 청산 일반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보은 농공단지는 보청천 가까이 있고, 냇물의 기운을 잘 받는 곳이라 재물이 많이 모일 곳인데 규모가 작은 게 아쉽습니다.

삼승 농공단지는 규모가 좀더 크지만, 보청천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있어 물의 기운이 크게 미치기 어려운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두 곳 모두 재물이 잘 모이는 곳에 자리 잡았으니 여기서 크게 성공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입니다. 

보은 동부 일반 산업단지는 보청천의 큰 지류인 삼가천 옆에 있습니다. 냇물과 가까이 있고, 왼쪽의 청룡 산줄기가 삼가천의 정기를 흩어지지 않게 잘 보호하여 큰 재물이 들어올 곳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번창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를 삼가천 바로 옆에까지 넓혀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면 좋겠습니다.

청산 일반 산업단지는 단지의 규모도 크고, 보은의 공업단지들보다 보청천의 기운이 훨씬 더 장한 곳에 자리잡았습니다. 보청천의 장한 기운으로 여기서 크게 성공하는 기업들이 나오리라 봅니다.

또, 여기도 보은 동부 산단처럼 산단과 보청천 사이에 논들이 있습니다. 청산산단도 보청천 가까이까지 확장하여 더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청산의 현재 행정 단위는 면인데, 조선시대엔 군이었고, 꽤 큰 고을이었습니다. 청산을 관통하는 보청천은 유장하게 굽이치며 흐르고 사방을 둘러싼 산들은 거칠거나 험하게 생긴 봉우리가 없고, 온화하면서 생동감이 넘치니 밝은 기운이 크게 감도는 곳입니다.

산세와 냇물의 형상이 모두 아름다우며, 산과 물, 계곡과 들판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 살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풍수지리와 경제] 영동 고당리와 옥천 장수리, 금강이 만든 명당과 복된 땅 (2)

▲ 보청천 인근에 위치한 청산 일반 산업단지 지형도. <네이버지도>

청산은 일제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80여 년 동안 경제적으로 크게 번창했었습니다. 청산에는 옥천군에서 가장 높은 산인 팔음산이 있습니다. 팔음산의 동쪽은 경북 상주시이고, 서쪽은 충북 옥천군입니다. 이 팔음산에 흑연광산이 있었는데 한 때는 남한 최대의 흑연광산이었습니다.

팔음산 광산은 둘이었는데 하나는 청산면 명티리에 있던 월명광산이고, 또 하나는 상주시 모서면 득수리에 있던 득수광산이었습니다. 둘을 합쳐 월명득수광산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1907년부터 1987년까지 많은 흑연을 생산했으며 이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해방 후에는 청산면 소재지에 인견 공장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1980년대까지 번창했던 인견산업이 또 청산 지역 경제를 성장시켰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도 많았습니다. 인삼 가격이 아주 좋았던 시절이라 인삼도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1980년대엔 인견산업이 사양산업이 되어 인견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월명광산도 폐광되어 청산의 지역경제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산업단지가 생기고 여러 기업이 입주하면서 청산의 경제도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머지않아 예전에 번창했던 때보다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보청천은 낙동강의 내성천처럼 매우 아름다운 하천입니다. 보청천의 지천인 삼가천 상류엔 속리산의 명승지인 만수계곡과 서원계곡이 있습니다. 삼가천과 보청천의 합류 지점에서 보청천과 금강이 합류하는 곳까지 80리 물길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금강과 대청호의 명성에 가리어 이를 아는 이도 찾아오는 이도 별로 없습니다. 보청천의 아름다운 경관이 널리 알려지면, 방문객들이 많아지고, 이 지역의 경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보청천 하류 아주 외진 산골에 보청천이 만든 특별한 명당 복지가 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심산유곡에 숨어 사는 은자처럼 호젓한 곳에 자리 잡은 길지입니다. 그곳은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입니다.

장수리 마을 뒤에는 꽃송이처럼 둥글게 생긴 산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봉우리들은 연꽃이고 마을 터는 연잎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북쪽과 동쪽, 보청천 건너편에도 꽃송이처럼 예쁘게 생긴 봉우리들이 있습니다.

보청천이 하류로 흘러나가는 곳에 솟아오른 수구막이 산봉우리도 꽃처럼 동그랗게 생겼습니다. 마을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마치 꽃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곳처럼 주산과 안산, 청룡과 백호에 모두 꽃처럼 생긴 봉우리가 있는 명당도 참 보기 드뭅니다.

장수 마을의 복된 정기는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감도는 상서로운 정기가 활짝 피어나면, 인품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 정기를 받아 세상에 큰 이로움을 줄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여러 명 나올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