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금감원,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어느 부분을 고의라고 봤나

▲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여부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가맹택시 사업(카카오T 블루)을 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수수료와 가맹-비가맹 택시간 배차 시스템 개편 등 사업 전반에 대한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카카오 가맹택시에 대한 호출(콜)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공정거래위원회)을 부과받은 데 이어 가맹택시와의 거래에서 분식회계를 해 온 혐의로 감리(금융감독원)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택시업계와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플랫폼 수수료 수준이나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 방식과 시스템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택시업계 4단체 및 가맹택시 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회계기준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식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출을 부풀려왔다는 것이다. 고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금감원이 고의 회계기준위반이라는 결론을 내고 이어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회사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넘어 검찰고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이 사안이 회계기준 위반으로 판정받더라도 최소한 고의는 아니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금감원과 회사측의 입장 차이는 근본적으로 어디서 발생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화장품 제조전문업체 A사는 유통전문업체 B사의 물류창고에 화장품을 입고시키는 방식으로 납품거래를 하고 있다.

B사는 이 화장품을 서울 시내 각 판매점으로 보낼 것인데 물류창고에서 각 판매점까지 운반비는 A사가 부담하기로 계약되어 있다. A사가 부담해야 할 운반비는 화장품을 납품하는 시점에 정해진다.
 
A사가 화장품 200만 원 어치를 B사 물류창고에 입고시켰고 이 화장품을 각 판매점으로 보내는데 20만 원의 운반비가 들어간다고 해보자. A사가 인식하는 화장품 매출액은 얼마가 맞을까.
 
어떤 이는 A사가 화장품 매출액은 200만 원으로 잡고 운반비 20만 원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200만 원에서 20만 원을 뺀 180만 원이 A사의 매출액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모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연회비가 10만 원이다.

이 카드사는 가입계약을 한 뒤 연회비를 납입하면 8만 원 어치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준다.

이 8만 원(상품권이기는 하지만 편의상 현금처럼 생각해보자)은 카드사가 고객에게서 어떠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데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게 아니다. 연회비를 납입하기만 하면 카드사가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연회비 10만 원은 카드사의 매출액이 될 것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10만 원에서 8만 원을 차감한 2만 원만 매출액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서에 보면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가'라는 규정이 있다.

기업이 고객에게 지급한 대가가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는 데 대한 대가인가 아닌가'를 따져서 회계처리를 달리하게 돼있다.
 
앞의 화장품 거래에 이를 적용해보자.

화장품 제조사는 ‘기업’에 해당하고 유통사는 ‘고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제조사는 유통사에게 운반비라는 대가를 지급했다. 이 운반비는 제조사가 유통사로부터 어떠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은 데 대한 대가인가?
 
화장품 납품 계약과 운반비 부담 계약은 서로 묶여있다. 운반비는 기업(제조사)이 고객(유통사)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받는 것에 대한 대가 지급이 아니다. 이는 앞에서 예시한 신용카드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K-IFRS 기준서는 이러한 경우 제조사는 화장품 판매액에서 운반비를 차감해서 매출액을 인식하라고 한다. 따라서 화장품 제조사의 매출액은 200만 원에서 20만 원을 차감한 180만 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 통설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를 따져보자.

가맹택시사업은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인 KM솔루션이 하고 있는데 편의상 두 회사를 한데 묶어 카카오모빌리티측 또는 회사측이라고 지칭하기로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택시회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가맹수수료를 받는다.

이게 택시운행 호출의 20%다. 우리가 카카오 블루택시를 호출하고 1만 원의 요금을 지급하면 2000원은 카카오모빌리티측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측은 택시회사에게 운행매출의 약 16% 안팎에 해당하는 제휴 수수료를 지급한다. 가맹택시가 광고를 노출해주고 택시 주행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대한 대가다. 택시회사의 실질부담은 20%에서 16% 안팎을 차감한 약 4% 안팎이라는 이야기다. 

K-IFRS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기업’, 택시회사측은 가맹계약 ‘고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가(제휴 수수료)가 회계기준서에서 말하는 '구별되는 재화나 용역의 제공에 대한 대가'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맞다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가맹수수료(택시운행매출의 20%) 전액을 매출액으로 인식하고 제휴수수료는 비용으로 반영해야 한다.

매출과 비용을 따로따로 인식해야 한다. 회사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측 외부감사인(회계법인)들과 자문회계법인은 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금감원의 해석은 다르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이 택시회사에게 지급한 제휴 수수료를 광고서비스와 주행데이타, 즉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은 데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도 광고서비스와 주행데이터에 대한 가치평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주행데이터 밸류에이션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금감원이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의 가맹수수료를 책정한 뒤 4% 정도의 차익에 맞추기 위해 제휴 수수료를 16% 안팎으로 정했다는 게 금감원의 관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맹수수료 계약과 제휴 수수료 계약은 별개가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묶음이 된다.

가맹계약을 하면 자동으로 제휴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카카오가 인식하는 매출액은 가맹수수료 전액이 아니라 제휴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

실질적인 하나의 계약으로 취급한다면 순매출(가맹-제휴)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금감원은 회사측이 상장할 때 매출액 기반으로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 이 같은 회계처리를 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이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이 제휴계약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며 가맹과 제휴는 수수료 책정 체계가 명확하게 다르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이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말쯤 금감원은 감리의 결론을 내리고 감리위원회에 안건회부할 것으로 보인다. 과실 위반으로 상정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보인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