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마이크로소프트 AI 반도체'도 생산,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 더 키운다

▲ 대만 TSMC가 5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활용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 '마이아100'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같은 주요 기술 개발에 활용할 인공지능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해 선보였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TSM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운드리 협력사로 자리잡으며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성과를 더 많은 고객사 확보에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브스는 16일 “마이크로소프트가 거대 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설계된 첫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선보이며 엔비디아 및 구글과 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거대 언어모델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핵심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다양한 업무에 활용성이 높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선보인 인공지능 반도체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자체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상용화된 서비스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 주력상품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를 점차 자체 설계 반도체로 대체하게 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엔비디아 제품의 높은 가격으로 인공지능 관련 인프라 투자에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서버 및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려면 고가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다수 탑재되는 만큼 이를 직접 설계한 제품으로 대체한다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경쟁사인 아마존과 구글도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엔비디아의 독점체제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뛰어난 연산 성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활용이 필수적이다.

자연히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선보일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이 파운드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가 압도적인 선두 지위를 지키고 있다. 엔비디아 H100과 A100은 전량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번에 공개한 2종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모두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처음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할 때부터 TSMC의 5나노 미세공정 기술 활용을 염두에 두고 기술 협력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TSMC '마이크로소프트 AI 반도체'도 생산,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 더 키운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서버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인공지능 반도체 고객사를 두고 경쟁하는 AMD 역시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TSMC와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지 어낸드테크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역시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위해 자체 개발하는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SMC가 현재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기업 및 빅테크 업체들의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며 시장 성장에 온전한 수혜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가 강력한 선두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 배경은 결국 엔비디아 제품의 수주 성과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TSMC가 인공지능 반도체 선두기업인 엔비디아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노리는 여러 고객사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도 성장성이 밝은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TSMC와 대결에서 점점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미국과 캐나다의 인공지능 반도체 신생기업과 파운드리 협력을 맺는 등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선보이는 IT기업 및 반도체기업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TSMC에만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 공급에도 다소 어려움을 겪으며 급하게 패키징 등 관련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TSMC의 생산 능력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다면 자연히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인텔 등 다른 파운드리업체와 협력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스트래터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IT기업들이 자체 반도체를 설계해 상용화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