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가축분뇨가 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숯으로 다시 태어날 길이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는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자원순환, 수소·에너지, 생활편의 분야에서 모두 47건의 과제가 승인됐다고 밝혔다.
 
가축분뇨가 탄소 먹는 친환경 숯으로 재탄생한다, 규제샌드박스 47건 승인

▲ 가축분뇨를 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숯 '바이오차(bio-char)'. < 대한상공회의소 >


규제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기술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하고 면제해주는 제도다. 유형별로 보면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적극행정 등이 있다.

대한상의는 이번 심의위원회를 통해 통과된 과제 가운데 특히 가축분뇨를 열분해해 친환경 숯으로 만드는 안건이 향후 탄소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심의위원회에는 바이오씨앤씨와 경동개발은 ‘가축분뇨 활용 친환경 바이오차(bio-char) 생산·판매)’ 과제를 승인받았다. 실증특례를 통해 규제를 유예받아 친환경 바이오차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와 차콜(숯)의 합성어로 소나 닭 등 가축의 분뇨를 350도 이상 고온 및 산소가 없는 조건 아래에서 열분해해 재탄생한 숯의 일종이다.

가축분뇨는 악취와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켜 그간 골칫덩이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가축분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바이오차는 토양에 뿌리면 대기의 탄소를 흡수해 탄소 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 영양분을 보유하고 있어 비료로도 쓸 수 있다.

바이오차는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탄소 제거기술의 하나로 포함됐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는 바이오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2021년 탄소중립을 위한 농업분야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차 개발기술을 선정했다. 미국과 일본도 바이오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축분뇨법 시행규칙 제8조에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의 설치기준에 열분해 시설에 관한 기준이 없어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차 생산이 불가능하다. 목재, 왕겨 등을 사용한 바이오차만 생산될 수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준해 설치 및 관리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가축분뇨 활용 바이오차 생산을 허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이오씨앤씨와 경동개발은 강원, 전남, 전북 등에 가축분뇨 열분해 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창섭 바이오씨앤씨 대표이사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차 1톤당 평균 2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고 그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