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바보야, 문제는 전쟁이야!"

▲ 2023년 11월2일(현지시각)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의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이스라엘 측에서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시장의 '고금리 쇼크'와 미국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등은 코로나19 재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그 이유의 8할이 있다. 중동전쟁까지 벌어진다면 세계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는 '고금리 쇼크'가 세계 경제에 덮쳤고 이후 열린 미국 연준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정책금리는 5.25~5.5%로 여전히 22년 만에 최고를 유지 중이나,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로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이 종결됐다는 분위기가 커졌다.

연준 회의 뒤 주요 언론들의 평가를 살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이 현재로서는 금리인상을 마쳤을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금리인상 중단 기간을 연장한 뒤에 또 다른 인상을 배제하는 데는 신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연준은 1일 지난 22년 동안 최고치에 올라 있는 금리를 동결했으나 미국 경제가 강세를 유지한다는 점증하는 증거 속에서 추가적인 통화수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이낸셜타임스)

“제롬 파원 연준 의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두 차례 연속 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미룬 뒤 40년 만의 가장 공격적인 통화 수축 사이클을 현재로서는 종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블룸버그)

언론이나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현재로서는 종료된 것 같으나 향후 경제 사정에 따라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은 올해 상반기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가능성을 시장은 높게 보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1월에 금리가 다시 인상될 가능성을 25%로 보고 있는데, 이는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 발표 전날의 40%에서 15%포인트나 낮아진 수준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종결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최근 시장을 강타했던 미국 국채의 고금리 쇼크가 자리잡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금리의 척도인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가 5% 이상으로 치솟아, 시장을 강타하자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퍼졌다.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하면, 경기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연히 나왔다.

연준도 이런 시장의 우려 앞에서 아직 목표 인플레이션율인 2%를 달성하지 못하고 미국 경제의 임금과 고용이 강세를 보이는데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고금리 쇼크가 자아낸 금리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서 가장 큰 이슈이다.

미국이나 각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에다가 코로나19 팬더믹에 대처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으로 인플레가 치솟았고 이는 경기침체를 부를 것으로 우려가 컸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11차례나 금리를 인상을 단행해 왔다.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이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시장에 고금리 공포를 불러왔다. 오죽하면 미국 경제에서 고용 호조를 오히려 악재로 취급하는 분위기까지로 번졌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나 고용 호조를 나타내는 통계치 발표가 오히려 주가를 끌어내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성장이나 고용이 좋으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성장률이나 고용률이 저하되기를 바라는 전도된 분위기가 일었다.

지난해 물가변동율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근원물가상승률이 5.6%까지 올랐다. 이를 방치하면 경기가 경착륙하고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나섰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경기침체 가능성 보다는 금리 그 자체가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 경제만을 놓고 볼 때 여전히 견조한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다. 연준이 지난 7월에 금리인상을 한 이후에도 미국 경제는 성장과 고용에서 강세를 유지했다.

첫째, 경제활동이 다시 고조돼 2023년 7~9월의 성장률은 5%에 육박했다. 경기둔화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둘째, 인플레이션도 4~9월까지 연율로 2.8%로 낮아졌다.

셋째, 금융 조건은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경색돼 가구와 기업의 차입비용이 커졌다. 이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으나, 경기연착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좋은데도, 시장은 아우성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 길들여진 금융시장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쇼크는 2008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돈풀기로 시작된 뒤 코로나19 팬더믹이라는 재앙과 미-중 대결로 시작된 지정학적 갈등에 의해 증폭됐다. 코로나19로 돈풀기 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다.

돈이 풀린 가운데 코로나19와 미-중대결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됐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며 에너지와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인플레이션에 가속화가 붙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과 최근 시장 고금리 쇼크는, 따지고 보면, 재난과 전쟁에 그 이유의 8할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의 공격에 보복하려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으로 중동분쟁이 다시 넘실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세계경제에 에너지 쇼크를 줬다. 팔레스타인 분쟁이 중동으로 확전되면 세계경제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는 예측 불허이다.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분석가 인더밋 질은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동시에 두 개의 에너지 쇼크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의 동시 발생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우리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갈림길 중 하나에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피모건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도 지난달 “지금은 세계가 수십년 만의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가자 전쟁은 “서방 세계에게 가장 극도로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극히 취약한 상태이다. 유럽 경제는 그 기관차인 독일이 독일 통일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방향을 잃고 있다.

중동분쟁이 임계점을 넘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에너지 공급으로 악화된 경제는 물론이고 유럽 사회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된 난민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분리 정책인 디커플링에다가 국내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30년 만의 최저 성장률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분쟁이 격화되면 그 지역에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급받는 중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할 수 있다.

이머징 시장 국가들도 코로나19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값 급등에 가장 큰 피해와 저성장 국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등 저개발국가들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석유값이 바닥을 친 2014년 이후 실질소득의 증가를 보지 못하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은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글로벌화 위축으로 인한 국제교역의 감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분쟁이 격화돼 석유 등 원자재 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노력을 위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고금리 쇼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중동분쟁이 격화되면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이 석유값은 최개 15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주가 폭락 등으로 세계 경제에 2조달러의 손실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중동분쟁이 번지지 않는다면 미국이나 세계경제가 받을 충격을 제한적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 즉 전쟁을 막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고금리 쇼크, 미국을 제외한 각국의 경제 악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모두는 따지고 보면 재난과 분쟁 등 지정학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됐거나 증폭됐다.

1990년대 미국 대선에 혜성같이 등장한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로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꺾었다. 실제로 빌 클린턴은 집권 이후 미국 경제를 당시까지 최장기 호황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경제이다. 그런데 경제에서 문제는 전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 강화로 시작된 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의 확산으로 이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전쟁이야.”  정의길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