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아파트 시장 기술적 반등 끝물인가? 거래량 둔화 속 매물 폭증

▲ 아파트 거래량은 둔화하면서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국채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유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으며 인플레이션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등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대외적 조건만 나쁜 게 아니다. 대외적 환경이 나쁘면 대내적 체질이라도 건강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구조적 무역수지 흑자국에서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움직여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긴축재정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자재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고 있다. 

대내외적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기술적 반등을 하는 듯 보이던 부동산 시장도 기력이 다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경매물건도 폭증하는 등 2차 하락의 신호들이 속속 등장 중인 것이다.

연초 대비 85%폭증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거래량은 지리멸렬 중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4955건으로 집계됐다. 1월1일에는 4만247건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연초 대비 무려 85%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7만 건을 넘긴 것은 아실이 매물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쯤되면 매매 매물의 홍수라고 할 만하다.

주목할 대목은 아파트 매매 물건이 가장 많이 쌓인 지역이 강남3구라는 사실이다.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강남구가 63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가 5558건, 서초구가 5542건으로 각각 강남구를 맹렬히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반등 폭이 가장 컸던 강남 3구의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이고 있는 건 의미심장하다. 

아파트 매매 매물은 폭증하는 반면 거래는 지리멸렬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3839건으로 전월의 3587건 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에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월 5천~6천 건 이상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래량 회복을 운위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에 힘입어 2월 2451건, 3월 2985건, 4월 3186건, 5월 3426건, 6월 3849건까지 올라온 후 4000건대 진입을 못하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모양새다.

아파트 매매 매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거래량이 지리멸렬하는 현상은 통상 대세하락 직전에 나타나곤 한다. 아파트 매매 매물 폭증과 그를 소화하기에 한참 못미치는 거래량 수준은 2차 조정을 앞둔 전조현상이라고 평가하는 건 과하지 않다.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월별 경매진행 건수

11일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091건으로 이 중 730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4.9%로 전월(43.0%) 대비 8.1%포인트 내려앉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부동산 시장의 중핵이라 할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16건으로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3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31.5%로 전월(34.2%) 대비 2.7%포인트 떨어졌고 낙찰가율은 85.2%로 전월(85.4%)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의 상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파트 경매시장이고,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지역이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진행되는 경매건수가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낙찰이 10건 가운데 3건에 머문다는 사실은 시장참가자들의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을 매우 어둡게 본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에 대비해야 할 때

금리전망, 유가, 인플레이션, 성장률, 무역수지 추이 등등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거시지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인 지표는 찾기 어렵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연초 대비해 거의 두배 가까이 쌓이고, 거래량은 중력의 법칙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도무지 상승하지 못하며,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등의 현상은 윤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현혹됐던 시장참가자들이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증좌일 수 있다. 

아파트를 위시한 부동산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에 걸쳐 1차 조정을 받은 바 있다. 1차 조정은 기간 조정은 생략한 채 가격 조정만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1차 조정은 윤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조정의 기간이 너무 짧았고, 폭도 얕았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장장 8년에 걸쳐 대세상승장이 진행되었다는 점,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어떤 논거와 논리로도 합리화 될 수 없을만큼 여전히 터무니 없이 높다는 점, 대내외 거시경제 조건들이 극악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으며,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건 자연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어김 없이 적용되는 격언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