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0월] 금리 뇌관에 중동 리스크, '왕의 귀환' 목마른 한국 증시

▲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방준비제도>

[비즈니스포스트]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수확의 계절’ 10월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는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선을 그으며 투자시장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코스피는 올 하반기들어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금리의 기준으로 인식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7월 이후 3개월 동안 1% 남짓 올랐는데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7.6%나 빠져 2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는데 외국인투자자 자금 이탈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 나스닥, 닛케이, 독일DAX 등 주요국 증시보다 낙폭이 훨씬 크다.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금리 동향에 특히 민감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가계부채 부담이 첫 손에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5%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산정한 비율은 108%를 넘는데 어떤 통계를 근거로 해도 세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스위스와 한국 뿐이다.

미국 국채금리 인상이 한국 증시를 상대적으로 무겁게 억누르는 구조적 환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급격히 오른 곳이 한국이다”며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인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양국 간 갭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 이탈 압력 증가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해소되는 것이 증시 반등의 열쇠인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출되면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시장이 바라는 긴축 종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단기간에 종식될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와 인질 문제로 분쟁 당사자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 관계정상화로의 가는 길이 더욱 꼬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0월] 금리 뇌관에 중동 리스크, '왕의 귀환' 목마른 한국 증시

▲ 사진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 발생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증권가는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중동전쟁으로 원유 수송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황성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마스 배후가 이란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서방의 이란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에 더해 이스라엘과 관계 강화를 통해 안보를 지키는 전략을 취해 온 사우디가 미국과 군사동맹 체결, 원유 증산으로 선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이란 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히게 되면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가라앉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은 블루칩의 3분기 실적에서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IT업종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털 모멘텀 확보 여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9일 코스피시장에서 LG전자는 전날보다 7.03%나 오른 10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LG전자는 연결기준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9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49%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전망치(8084억 원)를 23.29% 웃돌았다.

주력 사업인 가전과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 사업에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생활가전 사업에서 신흥시장 공략 및 시스템 에어컨 등 냉난방 공조를 앞세운 기업간거래(B2B) 비중 확대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악재로 뒤덮인 국내 증시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 4천억 원으로 시장 평균 전망치인 1조 8천억 원을 웃돌았다. 

모처럼 대장주로서의 위상을 뽐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장이 열리자마자 전일보다 3% 이상 상승하면서 코스피를 2450선 언저리까지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주력인 반도체 부문 적자 폭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면서 중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장세를 이끄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회복의 강력한 근거인 반도체 D램의 계약가격 반등이 예상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수급에 숨통을 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