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마음] 집중력 저하와 산만함, 내가 성인 ADHD인 건 아닐까요?

▲ 성인 ADHD와 관련된 질단에서 질환이 아니라는 소식에 안도보다 아쉬움과 실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 Unsplash >

[비즈니스포스트] 수없이 쏟아지는 심리관련 컨텐츠에서 최근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이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심리에 대한 불확실한 지식이 전해지는 것을 염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인을 규정 짓기 위해 심리 관련 지식을 사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으로 활용할 때 더 유용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인 ADHD는 심리와 관련한 다른 컨텐츠에 비해 다행히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데 잘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혹시 자신이 성인 ADHD가 아닌지 궁금해하며 내원한다.  

성인 ADHD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이라는 세 가지 군에 해당하는 증상을 일정 수준 이상 보이면서 삶에서 불편감과 고통을 겪는 질환이다.

일을 잘 미루거나, 순서에 맞춰 체계적으로 일하지 못해 학교나 직장에서 지적을 받거나,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고,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다른 것들은 내팽개치고, 지갑이나 텀블러, 휴대폰 등을 수시로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집중하기 어려워 멍때리다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일이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과거에는 소아청소년의 ADHD 치료에만 집중하는 편이었고 성인이 되어 뇌발달이 마무리되면 해결된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성인기 이후에도 ADHD가 계속 지속될 수 있고 적극적인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ADHD가 아닌지 의심하며 병원을 방문하면 과거와 현재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 및 주의력 관련 검사 등을 시행하고, 필요시 일정기관 관찰 후 소견이 정해진다.

이때, 증상과 고통이 너무 명백하여 고민 없이 ADHD 진단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 반면, 때때로 불편할 수는 있으나 본격적인 치료를 할 만한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ADHD 증상을 보면서 느꼈겠지만, 이 증상은 사실 인간미(?)를 가진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조금씩은 겪었을 일이기도 하다. 일을 미루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누구나 벼락치기는 해보았을 것이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반대로 타는 바람에 약속에 늦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자신의 산만함을 모두 ADHD 때문이라 의심하며, 반대로 누군가는 조금만 치료하면 고통을 덜 수 있음에도 다들 그런 것 아니냐며 지나치거나 습관만 탓하다 치료의 기회를 잡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정상과 질환이라는 양극단 사이의 연속선 위에서, ADHD까지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조금은 더 주의력이 떨어지는 지점 위에 서 있기도 하다. 이 마지막 군이 사실 가장 안타깝다.

내가 이 마지막 군의 사람들에게 ADHD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건네면, 자신이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망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러한 반응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보다 ADHD와 관련된 진단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질환이 아니라는 소식에 안도보다 아쉬움과 실망을 느끼는 마음은 무엇일까?  

이 마음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ADHD에 대한 지식을 접한 순간 받았을 위안을 떠올려보면 된다.

ADHD 증상의 상당수는 일상에서 흔히 게으름, 노력부족, 의지박약 등의 불성실함 또는 무례, 배려 없음 등의 인성문제로 오해될 때가 많다. ADHD로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연속선상에서 주의력 결핍 쪽으로 약간 치우쳐 서 있는 사람의 경우, 오랜 시간 많이 자책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뭐 하나 똑바로 해내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야. 한심해. 사람들한테 맨날 민폐니 끼치고...”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가운데서 이 문제가 자신의 도덕적인 잘못도 불성실함 때문도 아니며 그저 치료하면 되는 질환이라는 말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또 다른 배경에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요구받는, 점점 높아지는 목표치가 존재한다.

삶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 업무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으며, 시스템과 기술의 발달로 성과는 점점 더 치밀하게 관리된다. 그리고 SNS를 통해 타인이 얼마나 성실한 ‘갓생’을 살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본다. 그런 가운데서 ADHD는 스스로에게 느끼는 좌절감을 다스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다. 

나는 이들에게, 즉 ADHD로 진단하거나 치료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약간은 그쪽을 향해 서 있는 사람들에게 연속선의 원리를 설명하며 다시 이전처럼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이와 함께 ADHD를 진단받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을 함께 권하면서 현재의 불편함을 조절하는 시도를 해보기를 독려한다. 불편함이 있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도구는 대체로 그 불편함이 없는 이들에게도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의 마음] 집중력 저하와 산만함, 내가 성인 ADHD인 건 아닐까요?

▲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왼쪽)과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


ADHD인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은 ADHD로 진단받을 정도까지는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일상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만한 팁을 제공해준다.  

책을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요한다는 아이러니가 작용하고 그래서 ADHD인 사람들이 이 아이러니에 대한 농담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단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는 것이 아예 읽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펼쳐보기를 권하곤 한다.  

자신이 ADHD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지금의 집중력 저하와 산만함을 개선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나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책 두 권만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 (하나의학사)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 (북스힐)

집중력 저하로 인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점차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