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상조업계 부금선수금 8조 훌쩍, 회계적 특성 봐야

▲ 국내 상조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사진은 프리드라이프 홍보물 <프리드라이프>

[비즈니스포스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이하 VIG)가 국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대상은 VIG측 지분(58%)과 여타 주주들의 지분을 모두 합해 100%다.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VIG측이 원하는 매각가격은 1조 원대 중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VIG는 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를 시작으로 상조업계에 진출했다.

이후 좋은라이프를 통해 금강문화허브(2017년), 모던종합상조(2019년) 등 상조회사를 차례로 인수한 뒤 합병했다.

동종기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효과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이른바 볼트온(bolt-on)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2600억 원에 인수한 것은 2020년이다.

프리드라이프는 좋은라이프의 자회사가 되었지만 이듬해 두 회사는 합병을 했고 합병사 이름을 프리드라이프로 정했다.
 
상조회사의 순위는 대개 자산 또는 부금선수금을 기준으로 한다. 부금선수금은 회원들이 상조회사에 납입한 부금누적액을 말한다.

2022년말 기준으로 프리드라이프의 부금선수금은 1조8983억 원에 이른다.

2위인 대명스테이션(1조618억 원)과의 차이가 8천억 원을 웃돌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프리드라이프의 부금선수금은 상조업계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프리드라이프는 2022년에 영업수익(매출액) 1829억 원, 영업이익 309억 원을 달성했다.

상조회사로서는 매우 돋보이는 실적이다.

프리드라이프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를 적용하고 있는데 장례 서비스 관련 사업수익 뿐 아니라 선수금을 운용해 창출하는 이자 등의 금융수익까지 영업수익으로 처리하고 있다.
 
상조회사는 회계처리의 특성 때문에 오랜 업력과 규모의 경제(회원수)를 달성하기 전까지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 톱5 회사의 202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교원라이프는 1105억 원, -320억 원, 대명스테이션은 1012억 원, -320억 원을 보였다.

더케이예다함상조는 565억 원, -118억 원, 보람상조개발은 1095억 원, 75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개발만 영업이익을 내고 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조회사는 가입회원들로부터 매달 부금을 납입받고 회원에게 장례식을 치를 일이 생기면 필요한 장례물품과 함께 서비스(용역)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따라서 물품과 장례 서비스를 제공을 하기 전까지는 납입받은 부금을 선수금 부채로 잡아놓는다. 

예를 들어보자.
 
A회원이 계약한대로 매월 부금을 납입하여 100만 원 납입을 완료했고 이후 집안에서 장례를 치르게 됐다.
 
상조회사는 부금선수금 100만원을 이제 영업수익(매출액)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제공한 장례물품과 의전비용 등으로 80만 원이 소요됐다면 이를 영업비용으로 인식하면 된다. 

B회원은 100만 원 납입계약을 하고 70만 원을 납입한 상태에서 상을 당했다. 상조회사는 미납입금 30만 원을 입금받은 뒤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 역시 100만 원을 매출액으로 80만 원을 영업비용으로 반영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모집수당의 문제다.

상조회사는 내부 직원 또는 상조회사와 계약한 별도의 모집인들이 유치한 상조계약에 대해 수당을 지급한다.

현금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시점에는 비용처리하지 않고 자산(선급비용)으로 잡아놓았다가 계약회원에 대한 장례서비스가 발생하는 시점에 영업비용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A회원과 B회원의 상조가입계약과 관련해 모집인에게 각각 5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면 이 금액은 추후 영업비용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상조회사의 재무상태표에 잡혀있는 부금선수금은 부채이지만 미래에 매출액으로 전환예정인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상조회사가 영업활동을 하면 부금선수금은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이에 비례하여 회원들이 상을 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매출액에 비해 직원 급여 등 고정 관리비와 지급수수료 등 영업비용이 더 큰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상조회사는 손익과는 달리 영업현금흐름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들이 꽤 있다. 부금선수금 증가액이 영업현금흐름에 플러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2년 320억 원 영업손실을 낸 교원라이프의 영업현금흐름은 2903억원 플러스(순유입)이다. 부금선수금이 2646억 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380억 원 영업적자를 낸 대명스테이션의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 780억 원이다.
 
부금선수금을 금융상품 등에 운용해서 창출한 금융수익으로 영업손실을 메우고 당기순이익을 내는 상조회사들도 있다.

일부 상조회사는 부금선수금을 특수관계자간 대여 등 금전거래에 사용했다가 대손처리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부금선수금의 절반은 회원들에 대한 이행보증을 위해 금융회사 또는 공제조합 등에 예치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일정 수수료를 내는 지급보증계약 방식도 허용되기 때문에 실제 부금선수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현금이 반드시 예치되는 것은 아니다.

지급보증방식을 이용할 경우 상조회사는 더 많은 선수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한편 상조회사의 손익을 보면 부금해약이익의 규모가 꽤 큰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회원이 중도해약을 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예컨대 C회원이 총납입금 100만 원짜리 상품계약을 했다가 80만 원까지 납입한 상태에서 해약을 했다고 해보자.
 
상조회사는 이 계약건으로 모집인에게 이미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으며 계약해지 시점에 C회원에게 65만 원을 돌려줬다.

그렇다면 상조회사는 이 계약으로 80만 원의 현금유입과 75만 원의 현금유출이 있었기 때문에 차액 5만 원은 부금해약이익으로 인식한다.

계약 건에 따라서는 부금해약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도한 모집수당을 지급한 경우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상조 서비스 가입자수는 830만 명, 총선수금 규모는 8조3800억 원에 이른다. 2016년 대비 가입자수와 선수금이 약 2배가 늘었다. 

전문적 상조 서비스와 투명한 선수금, 안정적 운용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상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업계 자체의 노력 뿐 아니라 관할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