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인허가와 착공 줄어 집값 오른다는 '선동', 조급증 내지 말아야

▲ 2023년 7월 누적 전국 주택 인허가·착공·분양·준공 실적. <국토교통부>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부동산 관련된 일부 언론의 보도들 중 눈에 띄는 것이 인허가 및 착공물량의 격감에 따른 수년 후 공급부족론이다.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도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응당 따른다.

그런데 정말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줄어들면 수년 후에 집값이 상승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인허가 및 착공물량의 증감과 집값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올해 들어 인허가 물량 및 착공물량이 격감한 건 팩트
 
먼저 인허가 물량과 착공물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일까?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1년 전(29만5855가구) 대비 2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인허가는 17만8209가구로 24.9%, 단독·다세대 등 비아파트 인허가는 2만9069가구로 50.3% 격감했다.

인허가 물량만 크게 줄어든 게 아니다. 착공실적은 작년에 비해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1~7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전년(22만3082가구) 대비 5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착공이 5만3968가구로 53.7%, 지방은 4만8331가구로 54.6% 줄었다. 지역별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이 격감하는 데에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고금리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지방 분양 시장 침체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주택 입주는 인허가로부터 4~5년, 착공으로부터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인허가 물량과 착공물량의 격감 추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신규공급량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줄면 집값은 어김없이 상승하는가?  

이제 우리가 확인해 봐야 할 대목은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줄면 집값은 늘 상승했는가 하는 것이다. 통계만큼 확실한 것이 없으니 통계를 살펴보자.

2021년 10월21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도별 주택공급 물량 자료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것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2017~2020년)간 수도권의 연평균 주택 공급물량은 인허가 기준 28만2000가구, 착공 기준 27만3000가구, 준공 기준 28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인허가 23만5000가구, 착공 18만1000가구, 준공 16만6000가구)와 이명박 정부(인허가 24만9000가구, 착공 15만5000가구, 준공 19만1000가구)를 아득히 능가하며, 인허가 29만6000가구, 착공 28만 가구, 준공 20만6000가구를 기록했던 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 때도, 인허가·착공 물량은 대등했으며 준공물량은 훨씬 많았다. 

주택 유형을 아파트로 좁히면,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공급 물량은 인허가·착공·준공 모두 직전 3개 정부의 공급량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의 연평균 아파트 공급물량은 인허가 20만4000가구, 착공 20만 가구, 준공 20만1000가구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인허가 20만4000가구, 착공 16만 가구, 준공 14만6000가구), 이명박 정부(인허가 17만7000가구, 착공 8만9000가구, 준공 13만4000가구), 박근혜 정부(인허가 18만9000가구, 착공 17만7000가구, 준공 11만1000가구) 때보다 훨씬 많다,

서울 아파트로 국한해서 봐도 문재인 정부는(인허가 43,614가구, 착공 47,810가구, 준공 43,996건) 노무현 정부(인허가 51,532가구, 착공 35,323가구, 준공 43,541가구)와 이명박 정부(인허가 38,009가구, 착공 24,906가구, 준공 33,547가구)와 박근혜 정부(인허가 35,173가구, 착공 33,144가구, 준공 32,268가구)를 거의 전부 넘어선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 인허가 및 착공 물량과 집값 사이에는 인과관계는 고사하고 이렇다 할 상관관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을 가장 적게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5년은 물론이거니와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도 집값은 대세하락을 면치 못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인허가 및 착공은 물론이고 준공 물량까지 많았지만 박근혜 정부 중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대세상승을 저지하지 못했다.
 
[부동산VIEW] 인허가와 착공 줄어 집값 오른다는 '선동', 조급증 내지 말아야

▲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집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금리, 대출, 성장률

‘인허가 및 착공물량이 격감하니 수년 내 신규공급물량이 줄 것이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는 주장은 위에서 살핀 것처럼 통계적으로 봐도 근거가 없는 선동에 가깝다. 

집값이 공급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는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우선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에는 신규공급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기존재고주택의 공급도 있는데, 기존재고주택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기존재고주택의 수량이 신규공급 주택의 수량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공급량보다 집값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와 대출과 성장률이다. 쉽게 말해 금리가 낮고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며 성장이 괜찮으면 집값은 상승할 확률이 높은 것이고, 반대의 상황이면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 중반부터 시작돼 문재인 정부 임기 끝까지 이어진 부동산 대세상승은 낮은 금리와 쉬운 대출과 양호한 성장의 결과물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조건들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으로 방향을 틀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성장률은 자칫 올해와 내년에 걸쳐 2년 연속으로 1%대를 찍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기계적이고 일시적인 반등을 이끌었던 대출 확대도 가계부채 폭증과 고금리 압박 속에 기세가 꺾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인허가 및 착공 물량 격감을 근거로 들며 시장참여자들의 두려움과 조급증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시장을 교란시키고 왜곡시키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