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직접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22년 3월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한 이후에도 경영진의 일탈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 카카오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의문, 김범수 '인맥경영' 뒤 숨어서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직접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에서 카카오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법인카드로 1억 원을 게임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이 자체로도 논란이지만 카카오가 이 사건을 소극적으로 수습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카카오는 최고재무책임자의 법인카드 이용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액수가 적정수위를 넘어 징계를 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해당 임원이 유용한 1억 원을 환수하고 정직 3개월 처분의 징계를 내려 사건을 마무리했다.

국내 굴지의 IT기업에서 1억 원 규모의 법인카드 유용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그 혐의자가 다름아닌 최고재무책임자였다는 점도 놀랍다.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카카오의 태도는 충격적일 정도다.

직원 시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한 카카오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의 법인카드 유용을 감시해야하는 부서의 최고책임자 본인이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면 오히려 벌이 엄해야하는거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적으로 이용해선 안되는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썼다면 법인카드횡령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이것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사유가 되기도 한다.

일차적으로 카카오에 임원의 일탈을 막는 안전장치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그동안 카카오에서 법인카드로 게임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문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또 해당 임원이 공금을 유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이미 한 차례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한 적이 있다.

2022년 3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이사는 기존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 권한을 강화해 계열사 임원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센터장을 맡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홍은택 전 카카오커머스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카카오가 그동안 고집해온 수평적 조직문화를 포기하면서까지 내부통제시스템 마련에 힘을 기울인 것이다.

2021년 카카오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쪼개기 상장, 계열사 경영진의 지분 대량매매 등 논란이 발생하면서 카카오가 정부의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마련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정작 남궁훈 전 대표 자신, 혹은 이른바 '김범수 사단'에는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궁 전 대표는 김 센터장과 함께 한게임(현 NHN)을 창업한 동료였다. 그리고 이번에 물의를 빚은 카카오의 최고재무책임자는 남궁 전 대표와 함께 카카오게임즈에서 넘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이 자신을 대체할 중심축으로 자기 인맥을 남겨 놓은 것이 패착으로 작용한 셈이다. 아무리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어도 창업자의 인맥이라면 예외로 취급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기자의 눈] 카카오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의문, 김범수 '인맥경영' 뒤 숨어서야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이사가 2022년 10월19일 카카오톡 먹통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결국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김 센터장의 인맥경영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핵심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센터장은 2022년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공식적으로는 카카오 경영에서 물러났다.

지난 2022년 10월 카카오 국정감사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에 따라 경영에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과거 한게임 시절 인맥들로 채워둬 여전히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센터장 자신은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여전히 카카오의 미래비전을 그리는 일을 맡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김 센터장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7월 카카오 노조 가두시위에서 카카오 노조원들은 카카오를 되살리기 위해 김 센터장이 나서야 한다는 책임론을 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고 회사의 실적과 경영진의 보상이 반대로 가고 있다"며 "이것은 무책임 경영의 실상이다"라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