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해외 이커머스 진출 1년, 김슬아 '붕어빵·떡볶이·김말이'로 K푸드 알렸다

▲ 컬리가 해외 진출을 선언한 지 곧 1년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 컬리 브랜드관을 여는 형식으로 진출했는데 크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왼쪽)가 2022년 8월10일 위 리 라자다 최고경영자(CEO)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컬리>

[비즈니스포스트] 컬리가 해외에 진출한 지 어느덧 1년이다.

김슬아 대표이사는 해외에 컬리 플랫폼을 내기보다는 싱가포르, 홍콩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마켓컬리 전용관을 여는 방식으로 K푸드 알리기에 나섰다.

컬리라는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할 수준의 성과는 내지 못했으나 점차 붕어빵과 떡볶이 등의 음식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6일 컬리에 따르면 컬리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내세우며 싱가포르에 한국식품 판매를 시작한지 곧 1년이 되는데 취급 품목과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싱가포르의 1등 온라인 식품 플랫폼인 레드마트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었다. 레드마트는 동남아시아의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라자다그룹의 계열사다.

레드마트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컬리가 현재 싱가포르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수는 모두 77개다. 지난해 8월 브랜드관을 열 때만 해도 냉동 간편식 44개로 시작했는데 1년 만에 취급 품목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취급 품목 수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5월만 해도 판매 품목은 60여 종이었으나 두 달여 만에 10여 종이 증가했다.

최근 추가된 상품은 김밥과 츄러스, 약과, 오징어구이, 곤약고추장비빔밥 등이다. 현재 새로 추가된 상품 2개를 고르면 25%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마켓컬리 브랜드관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은 붕어빵이다. 컬리가 레드마트에서 판매하는 77개의 상품 가운데 고객 후기가 가장 많다.

붕어빵은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음식으로 유명한데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싱가포르에서도 현지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비자들은 상품 후기에 “여러번 구입했는데 항상 만족한다” “손님들에게 내어놓기 간편하고 맛도 좋은 간식이다” “작은 물고기 모양이 귀여워 조카들이 좋아하면 또 주문할 예정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붕어빵에 대한 만족도는 별점에서도 나타난다. 300여 건의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9점의 별점을 받았는데 이는 다른 인기상품인 인절미(4.7점)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레드마트에서 판매하는 붕어빵의 누적 매출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컬리가 싱가포르에 나름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형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컬리 관계자는 붕어빵의 인기와 관련해 “먹기 편한 크기인 점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며 “바다가 인접한 동남아시아에서는 물고기 모양 빵이라는 점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떡볶이와 김말이 등도 잘 팔리는 상품으로 꼽힌다.

한국의 유명 맛집으로 꼽히는 전주베테랑칼국수, 광화문미진 등의 상품도 판매 상위권에 있는 상품이다. 이들 제품은 싱가포르 현지인들보다는 싱가포르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컬리에 따르면 싱가포르 진출 8개월 만인 올해 4월에 역대 최대 월 매출을 달성했을 정도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싱가포르 레드마트에서는 K푸드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라면과 만두뿐 아니라 맛탕, 미니붕어빵 등 K분식과 K간식으로 인기 상품이 다양해지는 것이 특징이다”며 “냉동 식품뿐 아니라 상온 식품과 비식품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의 싱가포르 진출은 내부적으로도 주목받는 사업이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직접 싱가포르를 방문해 위 리 라자다 최고경영자(CEO)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컬리 해외 이커머스 진출 1년, 김슬아 '붕어빵·떡볶이·김말이'로 K푸드 알렸다

▲ 컬리가 1월 입점한 홍콩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홍콩티비몰 내 '마켓컬리 브랜드관'에는 '정통 K푸드'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홍콩티비몰 화면 갈무리>

당시 김 대표는 “미식에 대한 관심이 큰 싱가포르에 컬리 이름으로 우수한 K푸드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식품이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발판으로 삼아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로 컬리 상품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 컬리의 구상이었다.

실제로 컬리는 올해 1월 홍콩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홍콩티비몰에도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고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홍콩티비몰은 홍콩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로 2015년 설립됐으며 홍콩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컬리가 현재 홍콩티비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13개다. 초창기 14개로 시작했는데 1개가 줄었다. 하지만 초도입고 상품 가운데 절반이 매진 행렬을 보였을 정도로 현지에서 관심이 크다는 것이 컬리의 설명이다.

컬리는 홍콩티비몰의 전용 브랜드관 홍보 문구에 "정통 K푸드(Authentic K-Food)"라는 글을 넣으며 컬리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콩에서의 성과도 싱가포르 못지않게 중요하다. 중국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홍콩에서 입지를 다지면 중국이나 중화권 나라에 진출하는 것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 플랫폼의 직접 진출이 아니고 현지 업체들에 전용관을 여는 형식으로 진출하다 보니 성과가 크지는 않다”며 “앞으로 현지 업체들과 협력해 상품군을 더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