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선방, 박정호 인공지능 메모리로 실적 반등 기대

▲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를 앞세워 1분기보다 적자를 줄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로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박 부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향후 몇년 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인 DDR5 등 고부가제품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고성능·고부가 제품으로 인공지능 그래픽연산장치(GPU)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데 박 부회장은 앞으로 공급물량과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투자확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부터 전담조직을 갖추고 초거대 생성형 인공지능 구축을 위한 프레임워크(인공지능 앱과 모델을 개발하는 도구) 에이젝스(Ajax)를 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에이잭스를 기반으로 ‘애플GPT’라고 불리는 자체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한 뒤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착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 메타,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7개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게 된 형국이 됐다.

박 부회장은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눈여겨보고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버를 구축할 때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서버는 기존보다 더 빠른 연산처리가 필요해 일반 데이터센터 서버와 비교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의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관련 시장 확대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선방, 박정호 인공지능 메모리로 실적 반등 기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인공지능 서버 구축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힘을 주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는 2023년 2분기 매출 7조3059억 원, 영업손실 2조8821억 원을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판매가 늘어 올해 1분기보다 매출은 44% 늘고, 영업손실은 15%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 매출은 과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한자릿수에 불과하다가 2022년 4분기 10%로 뛰어오른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20%% 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HBM과 DDR5 판매비중의 확대는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과 평균판매단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의 실마리가 HBM과 DDR5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경영전략의 무게추를 옮길 공산이 크다.

박 부회장은 일찍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HBM과 DDR5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그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 동작에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용량의 초고속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의 HBM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를 기록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올해 점유율을 53%로 늘려나가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는 인공지능 서버 시장의 성장세가 하나의 사이클을 넘어서게 되면 휴지기가 올 수 있어 박 부회장의 강한 드라이브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HBM 시장이 SK하이닉스 실적에 크게 의미있는 규모로 성장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는 분석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인공지능 생태계에 얽혀있는 협력업체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수요를 파악하고 출하량을 조절하며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콘퍼런스콜 질의응답 세션에서 “증권업계 일각에서 인공지능 서버 시장에 휴지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고객사와 긴밀한 소통을 진행한 결과 생성형 인공지능에 따른 서버시장에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