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투자에 고환율 변수, 속도 조절 가능성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집행 시점을 조절할 가능성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미국 투자집행 시점을 조절할 가능성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미국 투자집행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환관리를 적절하게 진행하면 이익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달러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달러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기조와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체력차이를 반영해 강보합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1365원 수준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345.5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종가기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달러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에 놓였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에서는 환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수출업체들은 환리스크 관리기법의 하나로 외화자금의 결제시기를 의도적으로 앞당기거나(리딩) 지연시킴으로써(래깅)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극소화하거나 환차익을 극대화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대규모 해외투자를 발표한 바 있는데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리스크 관리를 적절하게 진행하기 위해 달러로 집행할 투자진행 과정을 조절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50억 달러 규모로 미국에 반도체 후공정 전초기지와 연구개발 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염두에 놓고 진행되는 투자로 풀이된다. 

마이클 베닛 미국 콜로라도주 민주당 상원의원실이 배포한 칩스법 내용 정리 자료를 살펴보면 해당 법안은 반도체 제조에 대한 투자에 대해 25%의 투자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특수 공구장비 제조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에 대한 인센티브 혜택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른 투자혜택(크레딧)은 2027년 1월1일 이전에 공사가 시작되는 부동산에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칩스법에 따른 미국 정부자금은 반도체 인센티브(미국 내 제조역량 개발)와 연구개발 및 인력개발 프로그램에 올해부터 5년에 걸쳐 500억 달러가 할당돼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이미 발표한 투자에 대한 착공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공사진행 과정에서 달러 표시 투자 집행의 완급을 조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대표적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도 환관리를 적절히 진행해 환차익을 극대화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원달러환율 상승 추세였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서 1조3천억 원의 환차익을, SK하이닉스는 5천억 원의 환차익을 얻은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고환율 속에서 국내 전기전자 기업들이 적절한 외환관리를 통해 실적 방어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대형 위기 사례로 미루어 보았을 때 1200~1300원대로 지속되는 고환율 효과에 따른 수익 확대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고환율 효과 수혜주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던 6번의 환율 상승 국면에서 시장대비 주가 수익률이 플러스(+)를 여러 차례 기록한 대표적 업종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있다”며 “환율상승은 해당 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투자일정을 조정해 환차익도 누리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규모 유지를 통해 최근 예상되고 있는 반도체 업황 악화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이 13~18% 급락할 것이라고 바라보며 반도체 경기가 침체 분위기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애초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 소비자용 D램 가격이 올해 2분기보다 8~13%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예상치를 더 낮춰잡은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이 완화될 때까지 소비자용 D램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