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의회에 ‘반도체 지원법’ 마지막 촉구, 삼성전자 결과에 촉각

▲ 미국 정부가 의회를 대상으로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비즈니스포스트] 바이든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미국 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속도를 내 달라고 촉구하는 사실상 마지막 연설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상원 및 하원의회에서 이번에도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한 합의점을 찾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 계획은 안갯속에 놓이게 된다.

로이터는 12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 고위관계자가 현지시각으로 13일 상원의원들과 만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캐슬린 힉스 국방부 차관 등은 이날 상원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의회 회기가 종료되는 8월 이전에 법안 통과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던 반도체 지원법이 완전히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이 이날 상원의원들에 반도체 지원 법안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은 정부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8월 회기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상원 및 하원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합의하기 전에 이를 대폭 조율하는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11일 프랑스에 57억 달러(약 7조5천억 원) 규모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점이 미국 의회에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이 신속하게 시행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기업들이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대신 지원을 받아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글로벌파운드리가 실제로 프랑스에서 대규모 정부 지원을 약속받아 유럽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결정한 만큼 이런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될 수 있다.

인텔도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축소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바이든 정부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상원과 하원의회에서 이런 상황에 자극을 받아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속도를 내려면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미국 유력 정치매체 폴리티코 계열 IT전문지인 프로토콜은 이미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합의를 이뤄내기 너무 늦은 시점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상원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 수정안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모두 지지를 받았던 반면 하원의회에서 통과한 법안 수정안은 여당인 민주당에서만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원과 하원의회 사이 해당 법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으려면 결국 공화당 측에서 크게 양보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쉽게 의견 일치를 보이기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토콜은 공화당 의원들도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정부 의회에 ‘반도체 지원법’ 마지막 촉구, 삼성전자 결과에 촉각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결국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이 상원의회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반도체 지원법 통과 촉구는 결국 야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지원법이 8월 이전에 의회를 통과하고 시행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등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국 이외에 미국에만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신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170억 달러(약 22조 원)에 이르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공장 투자 비용을 삼성전자가 모두 자체적으로 감당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재검토 단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미국 이외에 유럽에, TSMC는 대만과 일본 등에 모두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생산거점 다변화 및 투자 확대에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는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계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결국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의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해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삼성전자의 중장기 반도체사업 경쟁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은 모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정부 지원금을 미국에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토콜은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모두 미국 의회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에 속도를 냈다”며 “하지만 이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