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LB 회장 진양곤 두 딸, 비상장 계열사 에포케 사내이사 올라

▲ HLB그룹 비상장 계열사 에포케 이사진에 진양곤 HLB 대표이사 회장의 딸 진유림씨와 진인혜씨가 이름을 올렸다. <에포케 등기부등본 갈무리>

진양곤 HLB(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의 두 딸 진유림씨와 진인혜씨가 HLB그룹 비상장 계열사 에포케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유림씨와 진인혜씨는 HLB그룹 계열사 일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동안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에포케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주목된다.

3일 에포케 등기부등본을 보면 진유림씨와 진인혜씨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에포케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신사업 검토 및 인큐베이팅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유림씨와 진인혜씨의 이사회 참여와 같은 시기 진양곤 회장의 처남인 이현수 HLB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에포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포케 대표이사였던 도순기 HLB 사장은 대표에서 내려왔지만 사내이사로 계속 일하고 있다. 진양곤 회장도 에포케 사내이사 직책을 유지하는 중이다.

에포케는 2016년 3월 설립된 경영컨설팅기업으로 진양곤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전 사명은 코르키였는데 진유림씨와 진인혜씨, 이현수 대표가 이사로 선임된 시기에 에포케로 이름이 바뀌었다.

에포케는 비상장기업인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지만 HLB그룹에서 내부적으로 신사업 발굴을 맡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사업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시류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만큼 젊은 세대이면서 경험이 풍부한 진유림씨와 진인혜씨를 임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진유림씨는 1994년 태어나 연세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뒤 가상현실(VR) 관련 사업을 했다. 진인혜씨는 1996년생으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을 나와 싱가포르 투자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LB그룹 관계자는 “에포케는 그룹 신사업의 첨병으로 HLB와 같은 상장사가 신사업에 진출하기 전 투자나 파일럿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해 사업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에포케에서는 향후 사내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신세대의 젊은 감각과 역동성에 맞는 다양한 신사업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포케는 신사업 발굴 이외에 HLB그룹의 여러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지주회사 역할을 들 수 있다. 에포케는 지난해 7월 HLB파워로부터 자회사 HLB네트웍스의 지분 75.19%를 넘겨받았다. 나머지 25%가량은 진양곤 회장의 부인 이현아씨가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HLB파워는 지난해 6월 국내 바이오기업 티에스바이오에 인수됐지만 HLB네트웍스는 에포케 산하로 들어가면서 HLB그룹 계열사로서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에포케는 HLB네트웍스 이외에 넥스트사이언스 신주인수권부사채 26만2912주(0.61%)도 보유하고 있다. 넥스트사이언스는 진양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계열사 단디바이오 등을 통해 신약개발을 하고 있다.

최근 HLB그룹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에포케의 이름이 눈에 띈다.

HLB그룹은 지난해 백신 유통기업 HLB테라퓨틱스(옛 지트리비앤티), 임상시험수탁 전문기업 노터스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HLB 등 계열사들이 투자조합을 꾸렸다. HLB테라퓨틱스 인수자로 노마드제1호조합이, 노터스 인수자로 노마드제2호조합이 각각 구성됐다.

노마드제1호조합과 노마드제2호조합의 대표자가 바로 에포케다. 다만 각 조합의 출자내역을 보면 에포케의 출자비율은 ‘0%’다. 에포케는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명목상의 대표 역할을 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에포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과 별개로 진유림씨와 진인혜씨의 HLB그룹 계열사 주식 보유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두 사람은 현재 HLB 지분을 0.01%씩, HLB제약 지분을 0.36%씩 가지고 있다. 넥스트사이언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9월 모두 매도했다.

HLB그룹 안에서 에포케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고 진유림씨와 진인혜씨가 보유한 HLB그룹 지분도 많다고 보기 어렵다. 진유림씨 진인혜씨가 에포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2세 경영’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른 셈이다.

다만 최근 HLB그룹이 ‘HLB’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그룹 정체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에포케 역시 앞으로 그룹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넥스트사이언스는 HLB글로벌로, 넥스트사이언스 계열사 단디바이오는 HLB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꾼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