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료수집, 경제분석, 국토교통부와 협의 등을 거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조건부 승인을 뼈대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일부 운수권 슬롯 반납 조건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피심인 의견 제출기간 4주를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1월 말경 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합병대상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모두 5개 기업이 운항하는 약 250개 운항 노선과 관련한 슬롯 및 운수권, 중복노선, 점유율 변동, 항공운임 등을 수집해 검토하고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노선별 시장획정과 가격인상 등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효과를 분석했다.

공정위는 항공여객(87개), 항공화물(26개), 항공기정비업 등 기타시장(6개) 등 모두 119개를 관련시장으로 획정하고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시애틀, 바르셀로나, 장자제, 프놈펜, 팔라우, 시드니로 가는 노선과 부산에서 나고야, 칭다오를 오가는 노선 등 모두 10개 노선을 독점하게 된다.

화물노선은 여객노선보다 신규 진입이나 증편이 상대적으로 쉽고 서비스가 동질적이어서 경쟁제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경쟁제한성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는 수준으로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는 구조적 조치 시정방안을 심사보고서에 담았다.

먼저 남아있는 운수권이 없어 신규 진입자가 운수권을 확보할 수 없는 때에는 통합항공사가 보유한 운수권을 신규 항공사에 재배분할 수 있다. 

운수권 재배분은 모든 노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지지 않은 유럽 및 중국 노선, 일본과 동남아 일부 노선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신규 항공사가 취득하려는 운수권보다 남아있는 운수권이 많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운수권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반납된 운수권은 관련법에 따라 국내 항공사에게만 재배분된다. 

슬롯 재배분은 시장획정된 모든 노선에 대해 이뤄질 수 있다.

슬롯은 공항의 수용능력에 따라 항공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분산해 혼잡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개별 항공사에 할당된 특정한 이착륙 일자·시간을 말한다. 

외국 공항 슬롯은 혼잡공항 여부와 신규 진입 항공사가 보유한 슬롯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국토부와 협의한 뒤 이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구조적 조치를 다 이행할 때까지는 행태적 조치도 동반된다.

공정위는 행태적 조치로 통합 항공사의 운임인상을 제한하고 좌석수 등 공급과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노선은 행태적 조치만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우리가 심사를 먼저 끝내더라도 해외 경쟁 당국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며 "경쟁 당국 사이의 조치가 서로 달라 기업이 겪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당국과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 회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