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사가 총수일가회사에서 생산한 김치를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을 놓고 고가 구매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7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흥국생명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18억1700만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흥국생명, 금융위 상대로 낸 김치 거래 관련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이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재판부는 김치 매매가 보험법에서 정한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매한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직·간접으로 보험회사의 대주주와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일반적 거래 조건에 비춰 보험회사에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자산의 매매·교환·신용공여 또는 재보험계약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흥국생명이 구매한 김치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김치보다 고품질의 재료를 썼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백화점 김치의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금융위원회)는 티시스가 김치를 판매한 대상이 누구인지 그 가격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별도 조사한 적이 없다"며 금융위원회가 백화점 김치의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산정해 내린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앞서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소유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구매한 사실을 적발해 이호진 전 회장과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2019년 6월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거래액만 95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같은 해 7월 흥국생명이 김치 구매를 포함해 티시스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싼 금액을 지불해 보험업법 등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9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 사건은 1심을 행정법원이 아닌 고등법원에서 담당한다.

검찰은 8월18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김치 강매'를 지시한 김기유 당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만 불구속기소했다. 19개 계열사는 각각 기소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이 처분됐다.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데 10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