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느니 임대료 올려요", 롯데면세점 해외 공항점 수익성 악화 가능성

▲ 해외 공항들이 면세 사업자들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롯데면세점이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낭공항점. <롯데면세점>

[비즈니스포스트] 해외 공항들이 이용객 증가를 이유로 면세 사업자들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면세점들로서는 여행 재개에 따라 이제 막 실적에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는데 해외 공항들의 이런 요구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사업자 가운데 해외 공항에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31일 증권가 말을 종합하면 호텔신라가 해외 공항점의 적자 확대 탓에 지난해 4분기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되면서 롯데면세점에도 실적 부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2023년 4분기에 면세유통부문에서 영업손실 297억 원을 냈다. 2022년 4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1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며 애초 소규모 흑자를 기대했던 일부 증권가의 시각을 모두 엇나간 것이기도 하다.

호텔신라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 이유를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해외 공항점의 수익성 후퇴가 호텔신라 '어닝 쇼크'의 이유라고 추정하고 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면세유통부문의 영업손익 악화는 해외점 임차료 증가가 주된 원인이었다”며 “여객 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해외 공항공사로부터 임차료 혜택 축소가 이뤄졌는데 지난해 4분기 임차료 증가 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고 바라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해외 공항점 적자 확대였다”며 “영업손실만 약 300억 원으로 추정하는데 공항이용객 회복에 따른 임차료 할인 축소에 더해 비수기에 따른 객당 매출 감소가 동시에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봤다.

해외 공항공사들은 코로나19 시기 면세사업자들에게 받는 임대료를 대폭 감면하면서 혜택을 줬다. 고정 임대료를 받는 방식에서 매출 연동제로 방식을 납부 제도를 바꿔준 곳도 있고 아예 고정 임대료를 대폭 감면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엔데믹에 따라 해외 여행이 정상화하면서 해외 공항공사들도 임대료 감면 조치를 축소하고 있다. 공항공사의 주된 수입이 입점 업체의 임대료에서 나오는 만큼 수익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여행객 늘어나니 임대료 예전만큼 달라’는 뜻이다.

국내 면세사업자 가운데 해외 공항공사의 이런 움직임에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곳은 매장이 가장 많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해외 공항 매장을 모두 10개 운영하고 있다. 미국 괌공항점, 일본 간사이공항점, 베트남 다낭·나트랑·하노이공항점, 호주 다윈·브리즈번·멜버른공항점, 뉴질랜드 웰링턴공항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등이다.

신라면세점이 해외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홍콩 쳅락콕공항점, 마카오공항점 등 매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해외 공항에 매장을 내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이 해외 공항에 연간 임차료로 얼마를 지출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용객 느니 임대료 올려요", 롯데면세점 해외 공항점 수익성 악화 가능성

▲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롯데면세점>


다만 과거 인천국제공항에서 22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차료로 낸 금액만 모두 4조 원이 넘었다는 점에서 내야 할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낸 임차료만 연간 1900억 원 수준이었는데 해외 면세점의 매장 수가 10개나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임차료가 정상화한다는 가정 아래 연간 수천억 원 수준의 임차료 지불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지출한 지급임차료는 적게는 4천억 원에서 많게는 7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에는 연간 지출 지금임차료가 수백억 원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

임차료가 올라가더라도 매출이 더 많이 회복되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진협 연구원은 “해외 공항의 객당 매출액과 임차료 정상화 사이의 미스 매치 영향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리오프닝 본격화에 따라 국제공항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일부 해외 공항점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다"며 "점별 계약조건 및 임대료 산출방식이 상이해 일부점은 임대료 정상화에따른 수익성 영향이있지만 큰 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