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한국항공우주산업 왜 군용수송기 도전하나, 재정적 자립 가는 발판
등록 : 2022-11-22 14:21:42재생시간 : 5:5조회수 : 4,779정태민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산 항공기 T50과 KF21 개발의 주역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훈련기와 전투기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 군용수송기를 준비하고 있다.

개발비 3조 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설득에 나섰다고 하는데 대체 군용수송기가 뭐라고 수 조 원을 들여서 개발하는 걸까?

군용수송기는 물자를 나르는 민간 화물기의 군대 버전이다. 민간 화물기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무거운 화물을 싣고도 균형을 유지하기 쉽게 날개가 동체 위에 달렸다는 점, 또 활주로가 없는 곳에서 이착륙하고 적의 방공포에도 견디도록 튼튼하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현대전에서 군용수송기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2차대전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합국의 승리에 공헌한 4대 병기 가운데 하나로 C-47 수송기를 꼽았을 정도다.

수송기의 수명은 최대 40년으로 훈련기나 전투기보다 훨씬 길기에 오랜 기간 유지보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수송기 플랫폼을 한 번 개발해두면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군용기로 파생해 활용할 수 있게 되며 만약 민간 화물기로 파생하면 대한민국에는 또 다른 미지의 영역 민항기 시장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숙원인 재정적 자립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최근 과거 수송기 시장을 독점했던 록히드마틴의 C130 시리즈가 퇴역을 앞두고 있어 군용수송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중형 수송기 교체 및 신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미국 C130H 계통이 2035년 도태되고 스페인 CN-235 계통이 2040년 퇴역해 당장 중형 수송기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들 중형 수송기 및 파생형 수요가 최대 1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중형 수송기를 직접 개발한다면 도입가격은 최소 900억 원으로 미국의 최신형 C130J(890억 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러나 향후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해상초계기 등 파생무기를 직접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한다면 가격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항공업계의 꿈인 민항기로도 파생할 수 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 C130의 사례를 보면 한번 개발해둔 수송기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생형 무기를 개발했으며 이 가운데 민간화물기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톤급 군용수송기를 먼저 생산한 뒤 이를 민항기로 파생한다면 100인승 급의 소형 화물기를 얻을 수 있다. 꼭 수출을 하지 않더라도 최근 항공운송업에 힘을 주고 있는 국내 10여개 항공사를 잠재적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

글로벌 군용수송기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 전쟁을 통해 전술수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군용수송기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민항기 운항이 막힌 상황에서 각국은 군용수송기를 활용해 백신과 의료물자를 운송했는데 최신형 수송기를 보유한 나라와 달리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2022년 러시아 전쟁에서도 군용수송기를 활용한 전술수송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러시아는 육상수송에 의존하느라 병력과 탄약, 식량을 최전선으로 보급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최신형 로켓발사대 하이마스를 군용수송기로 적재적소에 투입하면서 전술적 이득을 본 것과 대비된다.

이를 코앞에서 지켜보던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전술수송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내용이 2022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유러피안윙스 세미나에서 논의됐으며 이 자리에서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은 새로운 중형수송기 개발을 위해 손을 잡기로했다.

군용수송기를 개발한다면 그동안 국가와 국가 사이 빅딜에 울고 웃어야 했던 항공항공우주산업이 자립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과거 파산했거나 경쟁력을 잃은 국내 항공기 기업들의 집합에서 출발했다. 기술과 노하우,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을 들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지속 도전해왔다.

최근 들어서야 성공작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변변치 못한 제품을 내놓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되는 등 실패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며 그때마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허투루 쓴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명품 훈련기라고 칭송받는 T50, 성공을 눈앞에 둔 KF21 역시 개발 초기 혈세 낭비라는 비판과 견제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이 때로는 자유시장논리와 충돌하기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위태로운 처지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훈련기와 전투기 사업의 성공으로 몸값이 비싸졌을 때 팔아치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명품 군용수송기를 개발해 자립한다면 이와 같은 압박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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