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타임즈] 위기의 카카오, 페이스북 우버 구글 네이버에게 뭘 배워야 하나
등록 : 2022-11-16 14:09:45재생시간 : 7:21조회수 : 2,325김여진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카카오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카카오는 그 위기를 넘어 찬란한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카카오는 어디서 그 미래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까?

먼저 과연 카카오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데이터센터의 화재, 정치권의 규제 논의 등이 과연 위기의 핵심일까? 

이 이야기들은 표면적으로 위기를 드러내주는 일종의 모멘텀에 불과할 뿐, 위기의 본질 자체라고 할 수는 없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카카오의 사업 모델 자체의 한계가 위기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그 플랫폼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성립할 수 없는 비즈니스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굉장히 로컬, 즉 지역에 의존하는 비즈니스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톡은 대한민국에서 무려 메신저 플랫폼 점유율 80%를 넘기는, 설치율만 따지면 98%에 이르는 성공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카카오톡이 성공한 플랫폼인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카카오가 해외 진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과연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미국에서 왓츠앱을, 일본과 동남아에서 라인을 몰아내고 점유율 1위의 메신저가 될 수 있을까? 카카오톡 플랫폼 자체가 지역에 굉장히 의존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살피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왓츠앱이나 라인, 텔레그램 등 세계적 메신저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못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플랫폼 비즈니스는 지역을 넘어가면 확장성이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정 지역에서 성공한 플랫폼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 진출하려는 지역에 이미 비슷한 류의 플랫폼이 정착돼 있거나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가 있다면 사실상 그 시장을 뚫어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우버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우버는 미국의 택시 문화를 바꾸어버렸을 정도로 위력적 플랫폼이지만, 택시가 이미 포화상태였던 한국의 상황과 맞지도 않았고 그나마 경쟁력있던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는 카카오블랙 등 토종 서비스에게 밀리는 등 한국에서는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또 다른 한계는 이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들을 ‘예속’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대규모 이탈에는 취약하다. 집단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혼자서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대체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단체로 이탈하기는 쉽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사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젊은층이 대규모로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등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의 인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식어버렸다.

카카오는 최근 소위 ‘문어발식 확장’으로 굉장히 커다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편에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한국이 미국처럼 시장이 엄청 커서 플랫폼과 연계된 사업 하나로만 엄청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플랫폼을 들고 해외로 나가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조금만 삐끗하면 언제 카카오톡에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결국 카카오가 그냥 정체돼서 멸망만을 기다릴게 아니라면, 성장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카카오톡이 한국을 지배하는 플랫폼인 지금 시점에 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뻗치는 것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골목대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수준의 움직임이 아니라 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를, 그리고 이 작은 시장의 한계를 어떻게든 뚫어내야 한다는 회사의 운명을 건 몸부림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카카오의 이 몸부림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일단 카카오는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콘텐츠다. 플랫폼의 지역적 한계를 뚫어내는 길을 카카오는 콘텐츠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지인 플랫폼’에서 콘텐츠에 기반한 관심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플랫폼 비즈니스에다가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양념을 얹으면, 플랫폼 비즈니스의 약점인 지역 의존성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화적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적 특색이 굉장이 강하다. 또 카카오의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두 번째 길은 바로 기술이다. 플랫폼 기업의 변신의 끝은 결국 기술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플랫폼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최첨단 IT기술과 융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술과 융합된 플랫폼은, 지금의 플랫폼 비즈니스와는 또다른 형태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취하게 된다.

해외의 여러 플랫폼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라는 것은 당연히 카카오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플랫폼 기업이 똑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수명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심지어 회사 이름까지 바꿔버리면서 “우리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기술기업”이라고 선언했다.

메타의 변신이 성공적이냐 아니냐는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더 이상 메타를 단순히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버 역시 마찬가지디. 우버는 전형적 ‘린 플랫폼’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버는 여전히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지만 발을 거기에 딛고 있을 뿐 시선은 모빌리티를 향하고 있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은 유튜브, 안드로이드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확장현실(XR),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기술기업으로서의 정체성에 훨씬 더 힘을 주고 있다. 유튜브도, 안드로이드도 결국 지금까지 얘기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이 기술기업으로 나아가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카카오의 영원한 친구이자 경쟁자, 네이버 이야기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기업이고 이커머스와 광고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회사지만 본질을 ‘기술 플랫폼 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네이버는 한 해 매출의 24.3%를 기술력 강화에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연구개발에 가장 주력하는 업계를 제약바이오 업계로 보는데,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9% 정도로 알려져있다. 네이버의 기술개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플랫폼 기업의 변신의 끝이 기술이라면, 카카오의 기술을 향한 눈은 어디를 보고 있을까? 네이버처럼 인공지능일까? 우버처럼 모빌리티일까? 아니면 메타처럼 메타버스일까?

카카오가 이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아직 없지만 지금 상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클레이튼에서 이상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크립토윈터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정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FTX가 파산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확 줄었을 뿐 아니라 클레이튼의 가상화폐, 클레이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클레이를 메인넷으로 두고 있는 여러 ‘디앱’들이 클레이튼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NFT 디앱인 메타콩즈가 최근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기반이 되는 레이어1 블록체인을 이전하는 것)을 진행했다. 클레이튼 기반 랜드파이 메타버스 프로젝트 클레이시티 역시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다른 체인으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내용의 거버넌스 투표를 진행했으며 투표 결과 마이그레이션이 최종 결정됐다.

어떻게 보면 클레이튼의 이상기류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일 수도 있다. 클레이튼 역시 블록체인이라는 뼈대로 만들어진 하나의 플랫폼이고, 클레이튼의 이상기류는 여타 플랫폼들이 힘을 잃어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카카오의 위기는 지금 단순히 화재가 문제다, 규제가 문제다 하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카카오라는 기업의 성장이 여기서 그대로 멈추는가, 아니면 찬란한 미래로 나아가는가 하는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카카오는 이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카카오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10년 후 우리가 카카오라는 기업을 어떻게 기억할지 완전히 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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