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KAI 이탈리아 훈련기 밀어낼까, 신냉전에 T50 실전능력 부각
등록 : 2022-09-15 10:27:08재생시간 : 5:51조회수 : 32,418성현모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산 훈련기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세계 훈련기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무기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 약 1천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안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2010년 싱가포르 훈련기 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 이스라엘에서,  2013년 폴란드에서, 2016년 그리스에서도 탈락하는 등 쓴잔을 맛봤다.

모두 이탈리아 훈련기 M346에 져서 고배를 마셨다.

2018년에는 당초 T50을 개발한 목적 가운데 하나인 미국 훈련기 사업에서도 탈락했다. 보잉의 반값 훈련기 T7이 깜짝 등장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또 쓴맛을 봐야 했다. 1천 대를 판매한다는 꿈도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훈련기로는 비싼 가격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방산업계는 바라본다.

T50은 북한이라는 현실적 위협을 상정해 훈련기치고는 과도한 스펙을 보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사시 미사일을 싣고 전장으로 투입될 것을 염두에 둔 큰 덩치, 초음속 전술기동을 위한 애프터버너 등을 갖추느라 대당 가격이 약 325억 원에 이른다.

주요 훈련기 가격을 비교하면 이탈리아 M346 가격은 약 270억 원, 미국 보잉의 T7 가격은 180억 원 수준이다.

T50은 당시만 해도 평화를 누리고 있던 각국 안보관계자들에게 쓸데없이 비싼 훈련기로 보였을 수 있다.

2013년 폴란드 국방장관이 '운전연습을 하는데 페라리는 필요없다'고 한 데서도 당시 고객들이 T50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항공 후진국이었던 한국 무기보다 유구한 전통의 선진국 무기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과거 소련연방 소속이었거나 러시아산 무기를 구입해온 국가들이 기존 무기체계를 선호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끼어들 틈이 없었던 것도 T50이 고전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결국 2021년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필리핀과 태국 등에 70대 정도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럽의 중견국 폴란드가 T50을 대량구매한 것은 고마우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한 일이다.

2022년 7월 폴란드 국방부는 T50의 파생형 FA50블록20을 48대 주문했다.

그런데 왜 한국 무기를 구입한 걸까?

우선은 대량의 무기를 빠르게 수급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이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실존하는 위협인 러시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4세대 이상 전투기 230대, 구식 전투기까지 합치면 1372대를 보유한 세계 3위의 공군 강국이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다음은 자기 차례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과거 러시아제국과 소련의 지배에 시달렸던 기억도 폴란드는 지니고 있다.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소련 및 러시아산 무기를 있는대로 넘겨준 상태라 텅 빈 활주로를 빨리 채울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이었다.

T50이 지닌 무기로서의 가치도 주목받았다.

폴란드 내부에서는 2013년 도입한 M346 시리즈를 확대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그보다는 무기로서 가치가 큰 T50이 선택받았다.

이번에 폴란드가 구입한 T50 사양인 FA50블록20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서 제공권을 확보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F35 같은 주력 전투기보다 크기가 작고 출력이 낮아서 적국을 침략하기는 어렵지만 자국을 방어하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폴란드는 러시아 무기체계에서 미국 무기체계로 갈아타려는 대표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과거 소련연방 소속으로 러시아 무기체계를 물려받은 까닭에 그동안 러시아산 무기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앞으로는 잠재적 적국 러시아가 아닌 미국 무기체계인 F16과 F35 등을 중심으로 공군을 꾸려갈 계획도 폴란드는 추진하고 있다.

미국 무기체계로 전환을 도와줄 무기로도 T50이 적합할 수 있다.

폴란드는 이미 F16 48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T50은 F16과 상당한 운용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선 T50은 조종환경이 F16과 흡사해 T50 파일럿이 6시간만 훈련하면 F16을 몰 수 있을 정도다.

또 F16과 부품의 80%를 공유하기 때문에 T50 정비공이 손쉽게 F16을 정비할 수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사시 T50 부품을 떼다가 F16에 부착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에서 T50과 F16의 가동률은 85%에 육박한다고 한다.

과거 폴란드가 이러한 시너지 없이 이탈리아 M346을 운용할 때 가동률은 50% 미만이었다.

앞으로 폴란드에 인도된 T50이 한국에서처럼 실전성을 증명하면 T50을 바라보는 글로벌 안보관계자들의 인식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쓸데없이 비싼 훈련기가 아닌 신냉전기 국방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자 미국 무기체계로 가기 위한 입문기로서 말이다.

현재 유럽에는 폴란드와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는 나라가 많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인접국 슬로바키아도 후보가 될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토 미가입국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입을 받는 아일랜드 등도 T50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T50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만으로 1천 대의 꿈은 무리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진짜로 노리고 있는 시장은 결국 미국 훈련기 시장이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8년 미국 훈련기 사업에서 보잉의 반값훈련기 T7에 패배했다고 말했지만 당시 미국에서도 성능이나 신뢰도는 T50이 낫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보잉이 T7 개발에 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미국에서는 다른 훈련기를 추가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은 추가사업을 통해 최대 400대의 훈련기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그 시기는 2025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는 과거 보잉의 T7 같은 깜짝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록히드마틴과 손잡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T50이 무난히 사업을 따낼 것으로 예측한다.

만약 미국에서 대형 수주를 따낸다면 그동안의 설움은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미국의 우방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무기를 보는 시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십조 항공방산시장에서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명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무기 수입국에서 명실상부한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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