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에 출렁, 김준 증설에 다 걸다
등록 : 2021-05-26 13:49:15재생시간 : 9:43조회수 : 4,791성현모
◆ 김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점유율 확대 위해 미국에서 증설에 속도내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설비 추가 증설에 속도를 낼지 주목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2위 완성차기업 포드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하고 연간 생산능력 6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시장 선점을 위한 새 공급처 확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만큼 현재 검토하고 있는 3공장과 4공장 등 추가 증설 결정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김준 총괄사장은 올해 4월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 한 뒤 1주일가량 지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직접 찾아 “3, 4공장이 지어진다면 6천여 명 규모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며 증설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준 총괄사장이 특별히 미국 배터리 생산설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개화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시장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5.1%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두권인 중국 CATL(31.5%), LG에너지솔루션(20.5%)과 격차가 큰 만큼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전기차시장이 SK이노베이션에는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핵심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 30GWh(기가와트시)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3년까지 이보다 약 3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간 생산능력 21.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완성차업체들이 미국 전기차시장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김준 총괄사장은 미국 배터리공장 증설이 배터리시장 점유율 확대에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 배터리업체들의 수직계열화 바람, 분리막에 양극재까지 배터리소재 내재화 성과 중요

김준 총괄사장에게 배터리소재 내재화는 시장 점유율 확대하는 데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재 조달의 안정화를 통해 향후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배터리기업들은 배터리소재 공급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기업들은 안정적 배터리소재 수급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을 통해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가운데 강점을 갖춘 분리막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이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배터리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선두권 완성차업체 전기차에 공급하는 고급 분리막인 ‘티어1’ 분리막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 기업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사업에도 진출해 배터리소재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배터리기업 EVE에너지, 배터리소재기업 BTR 등과 공동투자를 통해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분리막에 이어 양극재사업으로도 소재 수직계열화를 넓혀 원가 경쟁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차원에서도 배터리소재 내재화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실리콘음극재 벤처기업에 150억 원을 투자해 음극재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KC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음극재의 소재인 동박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배터리시장 선두권 기업들과 다소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배터리소재 내재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셈입니다.

◆ 배터리 투자자금 마련은 여전히 부담

김준 총괄사장은 포드와 설립할 합작법인을 제외하고도 2025년까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 125GWh 이상을 갖춰 글로벌 3위 안에 드는 배터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는 2023년까지 85GWh의 증설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배터리업계에서 배터리 생산능력 10GWh를 늘리는 데 1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최소 4조 원가량의 자금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법인에도 3조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을 통한 구주매출 1조3천억 원과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으로 1조1천억 원 가량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1조2500억 원 규모의 페루 광구를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해 놓았습니다. 현재 SK종합화학의 보유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투자자금 마련은 가능해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의 업황 회복에 실적 정상화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2조5688억 원을 냈는데 올해는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정유사업을 통한 양호한 현금흐름 확보는 배터리사업 투자에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025억 원을 냈습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대규모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초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에 따른 공급차질로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 관련 이익이 확대되며 정유사업 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영업이익 2조 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거둔 영업손실의 일정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분쟁에 합의하면서 확정된 2조 원 규모의 합의금은 여전히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김준 총괄사장이 배터리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SK이노베이션 주가 흐름은 배터리에 달려, 배터리 이슈에 출렁

기존 정유사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나타났듯 업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결국 배터리사업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4월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합의 직후 12% 급등했습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도 SK이노베이션 주식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2조 원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그보다는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이 더 크게 작용한 셈입니다.

반면 같은 날 배터리분쟁을 끝낸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3월15일 주요 고객사인 폴크스바겐이 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닌 각형 배터리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배터리 내재화에도 나선다고 밝힌 뒤에는 5% 이상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이슈로 부상한 이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대 이하의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아직 배터리사업 매출비중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등락이 큰 것을 보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에 관한 시장의 기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경쟁업체에는 없는 정유사업 부문의 빠른 이익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본업인 정유사업 개선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내년까지 실적 추정치를 높여 잡았다”며 “이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도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전략기획 전문가 김준, 차세대 전고체배터리에도 빠르게 힘실을까

김준 총괄사장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됩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전고체배터리의 상용화시점이 빨라야 2027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것입니다. 현재 상용화한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합니다.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이용하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의 핵심 키워드로 안정성이 꼽히고 있는 것이 벌써부터 전고체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국내 배터리 경쟁업체 가운데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 예로 삼성SDI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시점을 2027년으로 잡아 두고 있습니다.

김준 총괄사장은 배터리 후발주자 성격이 강한 SK이노베이션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지위 상승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고체배터리가 저희 배터리사업에 미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전고체배터리소재 개발에 나서겠다고 알리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김준 총괄사장은 SK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략과 기획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이전까지 배터리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선투자 후수주’라는 공격적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김준 총괄사장이 장기적 사업계획을 위해 전고체배터리 투자계획을 내놓는다면 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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