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타임즈] 지역주택조합 최강자 서희건설, 사업다각화 짊어진 오너 세 딸
등록 : 2023-05-24 10:10:46재생시간 : 4:4조회수 : 8,338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절대 강자라고 불리는 중견건설사다. 서희건설은 2013년부터 틈새시장인 지역주택조합 건설 시장을 공략해왔으며, 이 분야에서는 국내 모든 건설사를 통틀어 최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 사업이 오히려 서희건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정의는 ‘무주택자 또는 85㎡이하 주택 1채 소유자가 모여 주택법에 의하여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대상지의 토지를 확보하여 등록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간단하게 풀자면 해당 지역에 토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하고, 그 지역의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바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합원들의 재정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에 보증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게 된다. 

서희건설의 2022년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서희건설이 타인을 위해 지급보증한 규모는 모두 3조2039억 원이다. 실제로 재무제표 주석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주택조합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희건설은 2022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377억 원을 냈다. 타인을 위한 지급보증 규모가 매출의 2배가 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된 아파트가 미분양이나 계약취소가 많이 나와버리면 서희건설의 재정에 커다란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업 전체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서희건설 역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019년부터 계속해서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건설 분야에서 캐시카우를 창출해 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전략은 성공을 거두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서희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서희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비건설 자회사는 칼라스퀘어(부동산 임대 및 공급업), 비전도시개발(주택신축판매업), 동대문환경개발공사(생활폐기물 처리업)의 세 곳이다. 그리고 이 세 회사는 2022년에 각각 26억 원, 1억7천만 원, 9억5천만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 외에도 서희건설이 지분 51%를 들고 있는 경주환경에너지(폐기물 처리업)는 적자 40억5400만 원, 지분 90%를 들고 있는 비전하비스트(농산물판매및가공업)은 적자 5억5400만 원을 냈다.

서희건설의 자회사들이 2022년에 낸 적자는 모두 71억 원이다. 서희건설 본사의 매출에 비해 적자가 크다고는 볼 수 없지만,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서희건설은 사업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김팔수 서희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서희건설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사업다각화를 언급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서희건설의 사업다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자녀들의 역할이다. 

서희건설의 사업다각화는 대표가 직접 관장하는 조직인 관리부문의 산하에 있는 전략기획실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 전략기획실의 실장이 바로 이봉관 회장의 셋째 딸, 이도희 서희건설 전략기획실장이다.

이도희 실장은 8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고 서희건설에 합류한 특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도희 실장의 두 언니, 이은희 통합구매본부 부사장과 이성희 재무본부 전무 역시 서희건설의 사업다각화 추진 내역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편의점 ‘로그인’ 사업의 주축이다.

서희건설의 편의점 ‘로그인’은 애플디아이라는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은희 부사장과 이성희 전무는 이 기업의 지분을 각각 34.43%, 14.75% 보유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제외하고 서희건설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바로 원가관리다. 사업다각화와 달리 서희건설은 이 부분에서는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희건설의 2022년 원가율은 약 80%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공능력 평가 20~40위의 중견건설사 중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4곳 가운데 원가율이 90%를 넘는 곳이 무려 6곳이다.

중견건설사 뿐 아니라 이름이 많이 알려진 대형건설사들도, 원가율이 90%를 넘거나 90%에 육박하는 상황인 곳이 바로 건설업계다. 서희건설의 80%는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최근 부동산 청약 시장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건설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 100위 대의 중소건설사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물론 시공능력 21위의 서희건설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몰려오고 있는 먹구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서희건설의 ‘서희’라는 이름은 ‘세명의 희’라는 뜻으로 이봉관 회장의 세 딸 들의 이름(은희 성희 도희)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관 회장의 자식 사랑이 담겨있는 서희건설이 과연 신사업과 원가관리라는 두가지 퍼즐을 잘 끼워맞춰 중견건설사들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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