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세계 원전시장이 한국 공급망 주목한다, 비에이치아이 우진 부각
등록 : 2022-11-29 14:39:12재생시간 : 6:32조회수 : 3,654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원자력발전이 탄소중립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이 깨끗한 에너지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지만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에서 비롯되는 탄소 배출량은 태양광발전에서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법제화한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나 감축한다는 목표치를 세웠다. 이밖에 영국, 유럽, 일본, 캐나다 등도 이와 비슷한 목표치를 세워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한다.

종국적으로는 세계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흡수하는 것을 더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어쨌든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는 원전이 에너지 안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국면에서 프랑스가 독일보다 안정적으로 대처한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높은 반면 독일은 유럽에서 탈원전에 가장 앞장섰던 나라다.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국내 원전업계도 해외시장에서 여러 성과들을 노려 볼 수 있게 된 듯 하다. 실제로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중동 등 여러 곳에서 국내기업들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원전시장에서 부각되는 한국 원전업계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안정적 원전 공급망이다. 설계, 주기기, 보조기기, 시공, 연료, 발전소운영,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전문기업과 전문인력,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탈원전 기조로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실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탈원전 역사도 더 길다.

미국만 하더라도 원전 공급망의 최상단에 있는 개발/설계 역량은 높지만 주기기, 보조기기, 시공 등의 영역에서는 빈 공간이 꽤 많다.

더구나 지금 국내 원전기업들은 어려운 시절을 겪고도 살아남으며 체력이 입증됐을 뿐 아니라 원전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도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원전 수출의 프로세스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주체가 돼 수주 계약을 맺고, 주기기, 보조기기 제작업체, 시공사 등이 참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원전사업 자체가 한 사업자가 모든 것을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팀을 이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해외 원전시장의 확대 조짐은 국내 원전 생태계 내 스몰캡들이 해외로 시장을 넓힐 기회가 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곳, 차세대 원전이나 핵폐기물 사업 등으로 확장성이 좋은 곳들이 어는 곳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에이치아이와 우진을 꼽을 수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원전을 포함한 발전설비 분야에 특화된 기업으로 화력/열병합 부문에서도 강점이 있다. 현재로서는 원전보다 배열회수보일러(HRSG) 등 다른 분야 사업비중이 더 높다.

하지만 과거 원전 수주가 한창일 때는 원전 보조기기 부문 매출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 원전시장이 확대되면 비에이치아이의 원전 매출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비에이치아이를 두고 “원자력 설계업체들의 메인밴더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심기술 또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에이치아이는 2000년대 초부터 한수원 납품업체로서 원자력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수원이 최근 이집트 엘다바 원전건설 프로젝트의 기자재, 터빈, 시공 분야 3조 원 계약을 체결했는데 비에이치아이의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형모듈원자로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미 2015년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인 SMART 프로젝트에서 핵심기기들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차세대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인 i-SMR에서도 참여가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상용화가 가장 앞서있다는 미국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 밸류체인 참여도 유력하다.

게다가 핵폐기물 처리 분야에서도 먹을 게 많아 보인다. 원자력 발전은 필연적으로 핵폐기물이 남는다는 게 단점이다. 그런데 이는 누군가에게는 돈이 되는 사업이다.

비에이치아이는 2018년 핵 폐기물 저장용기 개발에 성공했고 핵연료 재장전 기술도 개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진은 국내 원전 생태계에서 계측기 부문을 독점하는 곳이다.

계측기란 말 그대로 자, 각도기, 온도기 등을 총칭하는 것인데 원전에서 계측기가 중요한 것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원전의 사고 상황을 나타내는 계측값 유효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가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몇 차례 사고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계측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진의 주요 품목으로는 원자로 내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 원자로 내 냉각재 수위를 측정하는 계측기, 원자로 내 핵분열 상태를 측정하는 계측기, 원자로 내 제어봉 위치를 감지하는 계측기 등이 있다.

우진 측에서도 “계측기나 계측 시스템은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고 현장에서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기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완벽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경쟁요소는 안전성을 고려한 품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원전 생태계에서 오랜 업력을 통해 신뢰도를 얻은 데다 독점업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인 SMART 사업에서 내장형 위치지시기를 담당한 적이 있다. 제어봉 위치 계측 관련 특허도 취득했다.

우진도 핵폐기물이나 원전 해체 분야로 사업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건설과 마찬가지로 사후 처리 사업에서도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계측기 수요가 커질 수 있다. 현재 자회사를 통해 방사능 제염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원전 산업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며 원전기업을 향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광범위한 원전 생태계 속에서 공기업이나 대기업 외에도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제법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원전 사업 외에도 하는 것이 많다. 이 때문에 원전 산업 호조의 수혜강도는 큰 기업들보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에게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원전 강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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